인디언의 선물마리―루이스 피츠패트릭 글·그림 황의방 옮김. 두레아이들 발행 7,800원
용서는 위대하다.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원수를 향해 쏟아질 증오가 연민으로 바뀌고,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숭고한 기적이다.
'인디언의 선물'은 북미 인디언 촉토족이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백인들에게 오히려 사랑을 베푼 감동적 실화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미국 남동부 지방에 대대로 눌러살던 촉토족은 백인들에게 땅을 뺏기고 1930년대 서부로 강제 이주한다. 한겨울에 식량도 담요도 없이 꽁꽁 언 땅을 걸어서 가는 동안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뒤 멀리 대서양 건너 아일랜드에서 감자 농사 흉년으로 무려 100만 명이 굶주림과 병으로 죽는 사건이 벌어지자, 촉토족은 170달러(오늘날의 돈 가치로 5,000달러, 약 600만원)를 모아 보낸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굶어 죽어가는 백인들을 모른 체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왜 '나훌로'(백인)를 도와야 하느냐는 반발에 이 책의 주인공인 인디언 소년의 증조 할머니는 자신이 겪었던 죽음의 행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그 머나먼 눈물의 길을 걸었지요. 아일랜드 사람들이 지금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때 우리 스스로를 도울 수 없었지만, 지금 그들을 도와줄 수 있어요. 우리의 도움은 시간을 꿰뚫어 쏘는 화살과 같습니다. 그 화살은 여러 해가 지난 다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의 후손들에게 축복의 화살로 내려앉을 겁니다."
이 책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부담스런 설교를 하지 않는다. 대신 나훌로를 도울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둘러싼 부족 내 갈등을 통해 주인공 소년이 조상의 역사를 알게 되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용서의 힘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또 다른 장점은 촉토족의 의상과 생활 도구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연필로 그린 세밀화 한 점 한 점이 생생하고 아름답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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