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나스 마사모토 글·니시무라 시게오 그림
이용성 옮김. 사계절출판사 발행
1만 5,000원
1945년 8월 6일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도시는 '지옥의 불바다'가 됐다. 7만여 명이 즉사했다. 석 달 안에 또 7만여 명이 죽었고, 살아 남았지만 방사능 오염의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30만여 명에 이르렀다. 그러고도 며칠 뒤 또 다른 도시 나가사키가 원자폭탄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병들고 나서야 전쟁은 끝났다.
얼마나 무섭고 끔찍했을까. 전쟁은, 그리고 핵무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것은 또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이런 주제를 어린이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히로시마―되풀이해서는 안 될 비극'은 바로 그날 히로시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림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린이 스스로 전쟁의 비극과 핵무기의 공포를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두려움에 떨거나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는다. 대신 숨김도 과장도 없이 그날의 사실을 담담하게 전함으로써 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는지, 왜 핵무기를 반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책 속 이야기는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군 폭격기를 목격했던 어린 소년 타로의 영혼이 히로시마 곳곳을 안내하며 그날, 그리고 그 이전과 이후를 말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일본인 화가가 그린 21장의 그림에서 타로의 영혼은 하늘을 날며 히로시마를 내려다보고 있다. 전쟁 전 평화롭던 히로시마가 전쟁이 터진 뒤 어떻게 긴장과 불안이 감도는 도시로 변해갔는지, 원자폭탄이 떨어진 그날 어떤 끔찍한 재앙이 벌어졌는지 보여주고, 그날 이후 아픔 속에서 재건되어 가는 도시의 모습과 전쟁이 끝난 뒤 세계에서 전쟁과 핵에 관련해 일어난 일을 차례로 설명한다. 아울러 이 인류사의 비극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 원자폭탄의 과학적 원리와 사람의 몸에 미치는 영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여러 나라가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군비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을 따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 해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일본에 강제로 끌려온 한국인 7만여 명이 있었고, 그 중 4만명이 원자폭탄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한국인 피폭자의 비극은 당시 히로시마에 조선인 2만명이 살고 있었다는 단 한 줄로 그치고 있다. 일본은 지금도 자신들이 피해자임을 강조할 뿐, 한국인 피해자를 돌보는 데 인색하다. 우리나라 독자를 위한 번역본인 만큼 이러한 사실을 따로 편집해 일러줬다면, 더욱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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