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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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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경영서 돋보기]미션

입력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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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퍼트리샤 존스 등 지음·이진우 옮김

거름 발행·2만8,000원

학교에는 교훈이 있다. 좋은 말을 골라 보통 큼직하게 써서 교실에 붙여놓는다. 거의 매일 보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알고, 더구나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시 사훈 같은 것이 있지만 '그런 것이 있구나'하는 정도로 지나간다.

그러나 이 책(원제 'Say It and Live It')은 성공한 기업에는 그에 걸맞는 훌륭한 '미션(Mission) 헌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래 미션 헌장은 군대의 징집용 공고문 정도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업문화나 행동을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션 헌장은 기업의 모토나 슬로건과는 엄연히 다르다. 여기에는 해당 기업의 목표, 꿈, 행동방식, 문화전략 등에 관한 내용이 다른 문서보다 더 자세히 제시되어 있다.

미국 전화사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AT& T는 '우리 공동의 약속'이라는 헌장을 제정했다. 개인에 대한 존중, 고객에 대한 헌신, 정도 경영, 혁신, 팀워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정도경영에는 '우리는 약속을 지키며 실수를 인정한다'는 부분이 있다. 이 회사의 밥 앨런 회장은 1993년 회사가 컴퓨터 업계에 진출한 것은 판단착오였다는 점을 시인했다. 당시 이 회사가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마치 살인용의자가 범죄를 고백하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앨런 회장은 헌장에 나와있는 대로 행동했다. 그 후 이 회사는 위기를 극복하고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아동복 전문업체인 한나 앤더슨은 1985년 '한나 다운스'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고객들이 아이들이 커서 못 입게 된 옷을 반납하면 구입 당시 가격의 20%를 쿠폰 형식으로 지급해 다른 옷을 살 때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렇게 수거한 옷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회사는 '우리의 목적'에 제시한 '가족과 지역사회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제품을 공급할 것이다'라는 부분이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업 컨설팅 전문가와 전 언론인인 저자들은 자동차, 제약, 전자, 항공 등 각 분야의 미국 기업 4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미션 헌장은 가치 선언서, 신조, 원칙 등으로 불리며 해당 기업의 운영, 윤리, 재무상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고 결론 짓는다. 정도경영의 나침반이라는 것이다. 많은 경영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미션 헌장이 모두 가르쳐 주었으니까요."

많은 기업들은 1980년대(이 책은 95년에 출간됐다) 리엔지니어링과 다운사이징, 구조조정과 같은 근본적인 변혁의 과정을 거치면서 미션 헌장을 작성했거나 개정했다. 변하는 기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철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업들 중 상당수가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회사'에 선정됐다.

훌륭한 미션 헌장을 갖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직원들의 전폭적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그러한 헌장이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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