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전시장, 들뜬 한국관'.17일 막을 내리는 제41회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예년의 생동감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관 만큼은 어느 때 보다 활력이 넘쳤다. 세계 경제 침체에 테러 위기까지 겹쳐 참가국이 줄면서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국내 최초로 아동도서 최고 영예인 '라가치 상'을 받은 한국의 출판인들은 모처럼 한국 어린이책의 위상을 알리며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기뻐했다.
개막일인 14일 오후 6시 전시장 중앙광장에서 도서전 운영감독인 쥬세페 피니와 수상자, 관람객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라가치 상' 시상식에서는 '팥죽할멈과 호랑이'(웅진닷컴)가 픽션부문, '지하철은 달려온다'(초방)가 논픽션 부문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라가치 상에는 세계 31개국에서 173개 출판사가 1,073종을 출품해 경쟁했으며, 우리나라는 17개 출판사의 87종 도서가 응모했다. 수상작 8종에는 한국 외에 프랑스(4종), 미국(1종) 이란(1종)의 그림책이 포함됐다.
시상식에 참가한 초방의 신경숙 대표는 "5년 전부터 다양한 소재와 작가를 발굴하고, 그 미감과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결과"라며 "해외 어린이책을 번역·소개하지 않고, 국내작가 육성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일본의 출판사들과 '지하철…'에 대한 저작권 수출 상담을 했으며, 초방에서 낸 다른 그림책 '심청가' '한 조각, 두 조각, 세 조각' 등에 대한 문의도 잇따랐다고 밝혔다. '지하철…'과 '심청가'는 이보다 앞서 독일 국제 어린이도서협의회(IBBY)가 매년 발표하는 '국제 아동청소년 문학선'에도 뽑혔다.
전시장을 둘러본 동화작가 고정욱씨는 "디자인, 색감, 장정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각국의 수준차가 갈수록 줄고, 이제는 소프트웨어 경쟁시대"라며 "감각적이거나 교육적인 내용에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작가 육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실 주니어 김영사 대표도 "'지하철…'은 우리 감각보다는 유럽 시각에 맞춰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세계시장을 노리는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은 보리, 낮은산, 재미마주 등 18개 출판사가 한국관에 참여했으며, 비룡소 등 5개 출판사는 개별 부스를 설치해 저작권 상담을 진행했다. 도서전 전체로는 60여개 국 1,000여 출판사가 참가해 지난 해(66개국 1,109개사)보다 줄었다. 게다가 기념품이나 판촉물까지 크게 감소해 도서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 출판인은 "급격히 성장한 국내 아동 출판물 시장을 겨냥해 서구 출판사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인터넷으로 모든 거래를 하고 있어 한국의 경우만 따져도 도서전의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라가치 상'과 함께 큰 관심이던 '안데르센 상'은 저작 부문에 마틴 와델(아일랜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 막스 벨튜이스(네덜란드)가 받았다.
/볼로냐=글·사진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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