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이광일 지음 초당 발행·9,000원
지난해 3월 20일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색출을 이유로 바그다드를 공습한다.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상대가 안 되는 적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5월 1일 전쟁을 종결한다. 그렇게 미워하던 후세인도 붙잡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에서는 죽고 죽이는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전쟁 기간 중 전사한 미군보다 그 이후 숨진 병사가 더 많다.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광일 한국일보 여론독자부 차장이 쓴 '끝나지 않은 전쟁'은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그리고 콜롬비아의 분쟁보고서이다. 현지 주민의 생생한 증언, 미국 행정부의 연설 및 기자회견, 인권단체의 보고서, 각국 언론의 보도 등을 통해 이들 전쟁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허구적인지를 증명해 보인다.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부터, 전쟁이 끝난 뒤 1년이 되도록 그 추이를 관찰한 저자는 여러 보고서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쟁의 성격을 분석한다. 주목을 끄는 것은 영국 언론인 조지 몬비오의 '제국의 논리'라는 칼럼이다. 몬비오는 이라크 전쟁의 가장 큰 이유로 백악관 매파들이 전쟁을 원한다는 사실을 든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으면 또 다른 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미국 매파들은 전쟁을 할 나라가 필요해서 전쟁을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는 등 이라크 전쟁에는 명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국내 정치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부시는 미국을 끊임없이 전쟁으로 몰아갔고, 전쟁 중인 조국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비애국적인 행위로 비치게 했다. 부시는 자국민에 대해서도 테러리스트 편에 설 것이냐, 우리 편에 설 것이냐에 대한 선택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편에서는 팔레스타인 갈등의 뿌리를 추적해 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분쟁의 핵심이 종교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그것이 땅이요, 영토요, 주권이라고 주장한다. 한쪽에서는 우리 땅이니 돌려 달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다. 미국은 67년 중동전 이후 이스라엘에 엄청난 군사, 경제 원조를 했다. 이스라엘은 그 돈으로 미국산 전투기와 미사일을 구입했고, 이들 무기를 앞세워 중동지역의 급진적인 민족주의 운동을 억제했다.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을 앞세워 중동지역에 개입한 것이다.
책은 마지막 부분을 콜롬비아 내전에 할애한다. 콜롬비아에서는 해마다 3,000여명이 살해, 납치되는 내전이 40여년째 계속되고 있다. 내전의 특징은 좌익 게릴라가 이념을 팽개쳤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문제로 투쟁을 시작했지만, 마약업자로부터 보호비 명목의 돈을 얻고 민간인과 외국 관광객을 납치해 조직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
저자는 어처구니 없는 이런 유혈극들에 대해 21세기에 일어나서는 안될 시대착오적 사건이라고 정의하면서 "삶이 점점 가벼워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무겁고 어둡고 난감한 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말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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