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거미한승원 지음
문이당 발행·9,000원
한승원(65·사진)씨가 다섯번째 소설집 '잠수 거미'를 출간했다. 단편집으로는 11년 만이다. 한씨는 7년 전 서울을 떠나 고향 전남 장흥에 자리잡았고 그곳에서 작품을 써왔다.
'물보라' '초의' 등 장편소설을 발표해온 그가 오랜만에 선보인 소설집에는 단편 13편이 묶였다.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장흥 율산마을 사람들의 삶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야기다. "늘 시간을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시간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의 본래적 의미를 되짚으려는 게 작품집 전체를 관류하는 주제의식이다.
'수방청의 소'에서 주식으로 퇴직금을 날려버린 아들은 고생하며 살아온 아버지에게 소를 처분하자고 청한다. "보기 싫다. 싸게 돌아가거라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몸을 돌린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속상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저 길로 가면 율산이지라우?'에서도 제 앞가림 못하는 아들은 소를 달라고 조르고, 마음이 심란하던 어느날 우사로 가보니 소가 한 마리도 없다. 아들의 짓이라는 확신에 경찰에 신고하러 가지만, 순경 앞에서 정작 나오는 말은 "저 길로 가면은 율산이지라우, 잉?" 뿐이다.
표제작 '잠수 거미'에서 작품의 화자는 소설가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율산마을을 찾아온 한 남자가 화자의 작가로서의 건조한 삶을 질타한다. "선생의 글쓰기는 계속 긴장한 채로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잖아요? 잠수 거미가 물속에서 숨을 참으면서 사냥하는 일하고 똑같잖아요?"그러나 숨을 쉬지 않고 사냥하는 것은 잠수 거미를 다른 생물과 구별하는 특징이다. 잠수 거미를 닮은 작가도 그런 삶의 모습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글쓰기란,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한승원씨의 성찰로도 읽히는 말이다. /김지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