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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프리카 내사랑-미셸 아르스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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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프리카 내사랑-미셸 아르스노 지음

입력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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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내사랑미셸 아르스노 지음·이재형 옮김 들녘 발행·1만1,800원

내전과 전염병으로 멍든 아프리카의 우간다. 총탄과 지뢰에 숱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1980년대 말 1,700만 인구 중 15만 이상이 에이즈에 감염된 이 검은 대륙의 나라는 세계 어느 곳보다 의술의 도움이 절실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65년 인구 1만2,000명당 1명 꼴이던 의사의 수가 30년 만에 2만2,000명당 1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방치됐다.

'아프리카 내 사랑'의 주인공인 캐나다 출신의 여의사 루실 티즈데일(1929∼1996)은 그런 우간다에서 35년간 질병과 씨름했고, 아프리카를 병들게 한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우간다에서의 삶은 원래 계획에 없던 것이었으나 그것은 운명이었다.

루실은 50년대 당시 여성으로선 드물게 외과를 전공했다. 사회적 장벽에 도전한 투사는 아니었으나 자신의 평생 직업이 외과의사란 확신은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전공의 자격을 따기 위해 프랑스에서 공부하던 중 캐나다서 같은 병원에서 일한 이탈리아 출신 피에로 코르티(1925∼2003)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우간다에서 병원을 세우려 하는데 두 달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61년 루실은 피에로와 함께 우간다 땅을 밟는다. 의사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피에로에 대한 믿음 하나로 루실은 우간다 굴루의 라코어 병원에 정착한다.

전염병에 걸린 아이를 주술적 치료에 맡겨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지와 싸우며 그는 35년간 약 3만 차례의 수술을 했다. 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반복되는 쿠데타와 내전으로 얼룩진 우간다에선 병원이 성역일 수 없었다. 반군과 정부군이 병원에 들이닥쳐 총구를 겨누고 의료품을 약탈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납치해갔다. 그러나 루실은 수술실을 떠나지 않고 부상병을 치료했다. 85년 에이즈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도 장갑을 두 켤레씩 겹쳐 끼고 수술대를 지켰다. 그는 "스스로를 감염시켰다"고 생각했다. 에이즈는 의사라는 직업 상 감수하는 위험의 하나일 뿐이었다.

사실 루실과 피에로는 원주민 친구 하나 없는 아프리카의 이방인이었다. 그러나 우간다는 선교의사로 의술을 펼치겠다던 루실의 열세 살 적 꿈이 현실로 이뤄진 곳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미셸 아르스노가 쓴 이 책의 원제는 '삶을 위한 꿈'. 평생 수술대를 지키는 삶을 꿈꾸었고 그 꿈을 이뤄낸 한 여성의 전기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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