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16代서 탄핵 매듭"열린우리당은 16일 17대 총선의 원내 과반의석 확보의 여세를 몰아 한나라당에 대해 '탄핵 철회'를 압박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16대 국회에서 탄핵 문제를 정치적으로 매듭지은 뒤 17대 국회를 맞이해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양자 회동에 이은 각 정당 대표회담을 제안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CBS라디오에 출연, "국민의 심판과 선택에 의해 대통령이 재신임 됐다고 간주해야 한다"며 "정치를 비정상 상태로 만들어 놓은 탄핵을 야당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이대로 17대 국회가 개원되면 국회가 다시 정쟁의 장이 될 것"이라며 탄핵철회를 위한 3당 대표회담을 제안, 두 당의 첫 '공조'가 이뤄졌다.
우리당의 탄핵철회 공세는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다.
아울러 탄핵이 명분 없는 실책이었음을 야권이 자인토록 해 국회 개원에 앞서 기를 꺾어놓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헌재판결 승복'을 내세워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대화에는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 역시 경제 살리기 등을 위한 여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경제를 주제로 대화가 시작되면 박 대표도 정치·사회적 큰 흐름을 의식, 결국은 탄핵 철회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도 하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여론은 탄핵철회로 기울어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당의 정국 주도권 장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당의 시각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한나라당 "불가"속 타협론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6일 '탄핵 철회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헌재가 진행 중인 일에 대해 국회가 간섭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전제로 철회를 검토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각 당이 헌재의 판결에 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우리당과 민노당의 탄핵 관련 대표회담 제의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순간 탄핵 문제는 정치권의 손을 떠난 것"이라며 "총선 결과로 탄핵 찬성 여론도 상당하다는 게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이 이런 입장을 마냥 고수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헌재에서 탄핵이 가결되든 기각되든 국론분열과 혼란이 불가피한 데다 기각될 경우 당이 다시 한번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은 "선(先) 탄핵철회는 불가능하지만, 원인 제공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조건 없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모른체 하기는 곤란하지 않겠나"라며 자락을 깔았다. 박근혜 대표도 "탄핵은 옳지도 않고, 거기까지 가지 않길 바랐지만 노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탄핵 철회 내지는 철회검토를 주장했던 남경필, 김문수, 안상수 의원 등의 움직임도 변수다.
민주당 박준영 선대본부장도 이날 "헌재의 판결을 지켜보는 것이 민주주의 성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당내에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론과 함께 "이번에 당선된 5명의 면면을 보면 정치적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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