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여 동안 국정 수반의 역할을 대과 없이, 그리고 소리없이 수행해 온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정치권을 향해 탄핵정국의 조기해소를 촉구했다.여야가 탄핵철회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입장발표는 무척 이례적이다. 더욱이 총선 전 고 대행의 스탠스는 철저한 정치적 중립이었다. 그러던 그가 이날 담화에서는 "선거 결과를 겸허히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여달라"며 공을 정치권, 나아가서는 야당측으로 넘겼다.
고 대행은 통치권자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현안과 정책에 대한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는 권한대행체제의 한계를 설명했다.
경제회복과 대외신인도 개선을 탄핵정국 해소가 필요한 이유로 내세우기도 했다.
특히 국무조정실은 탄핵사태로 인해 주요 국가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최근 상황과 향후 당면과제'라는 자료집까지 배포,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부가 탄핵철회를 위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은 "국가재정 운용계획 확정, 정부조직개편,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많은 현안들이 탄핵정국에 밀려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해 국가정책이 차질을 빚는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실장은 또 "고 대행은 탄핵정국이 장기화하는 것을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면서 "고 대행께서 고민이 깊어지면서 하루 5시간 수면을 취하면서 그 사이에도 4번씩 일어나곤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 동안 한 실장이 고 대행의 의중을 전하는 역할을 맡아온 점을 감안할 때 이날 발언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몸낮추기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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