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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이야기/억대 연봉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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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이야기/억대 연봉 일러스트레이터?

입력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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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중앙전시장. 한국 최초로 그림책 '팥죽할멈과 호랑이'(웅진닷컴 발행)와 '지하철은 달려온다'(초방 발행)가 최고 영예인 '라가치 상'을 받았다. 시상식을 보며 한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없는 살림에 도서전 참관을 위해 170여만 원을 내고 왔다"는 그는 "그림작업 시작한 지 3년이 넘었고, 책도 여러 권 냈지만 일하고 받는 돈은 최저 임금에 못 미쳐요. 다섯 손가락에 든다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도 겨우 생활비 버는 수준인걸요"라며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가 말하는 일러스트 업계는 이렇다. 제작비를 아끼려는 출판사는 보수가 적은 초보 작가를 선호하고, 작가들이 일에 익숙해져 일당을 높여 달라고 하면 그날로 새 작가를 찾는다. 자신도 전집 작업을 할 때 한 달에 다섯 권까지 그렸단다.

출판사는 그림 그릴 사람 얼마든지 있다며 배짱을 내밀고, 수준이나 실력을 평가하기에 앞서 면 메우기에 급급하다. 저임금에 허덕이는 작가들은 다른 직업을 갖지 않으면 생계조차 꾸리지 못할 정도다. '지하철…'의 작가 신동준씨도 대학 졸업 후 10년 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 일을 도와 용돈을 벌어야 하는 형편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림책의 수준과 독창성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분야다. 한 장의 훌륭한 일러스트레이션은 명화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지하철…'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책 내용은 보지 않고, 그림만 갖고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라가치 상'이나 '안데르센 상'에는 일러스트레이션 상이 중요하고, 볼로냐 도서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일러스트 카페'라는 별도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만화 그려 부자 된 사람은 있어도,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돈 번 사람은 없습니다. '나도 될 수 있다'는 꿈이라도 꿔 보게 억대 연봉의 스타 작가라도 한 번 나와 봤으면 좋겠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런 세속적인 소망이 안타깝게 들렸다.

/볼로냐=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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