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이번 선거가 갖는 가장 큰 의미 중 하나이기에 충분하다. 1960년 진보당이 잠시 원내에 재적한 이래 44년 만에 진정한 진보정당의 제도권 진입이다. 민주노동당은 서민과 노동자 농민의 대변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를 위한 정책 대안이 다른 정당과 달리 선명하다. 앞으로 국회의 입법과 정책 활동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건전한 경쟁과 보완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1980, 90년대를 거치면서 노동운동이 크게 확대돼 왔음에도 민주화와 정권교체가 우선시된 시대조류 탓에 독자적으로 이 계층의 이해를 충족할 진보정당의 등장은 정치권에서 밀려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97년 대선후보를 내세우며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힌 결과 원내의석을 보유하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어 냈다. 제도권 밖에서 구호로만 외치던 서민과 노동자 정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으니 약자와 소외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도적 통로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만큼 민주노동당이 가져야 할 책임감 또한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 진보세력이 추구하는 변화와 개혁은 물론 중요하지만 급진적 이상과 목표를 과격하게 투쟁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과 정책은 수많은 모순과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담아 내는 현실 세계의 영역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동당의 가치관과 정책내용은 기존 정당들이나 정부측과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주장과 활동은 활발히 하되 대화와 타협, 냉철한 이성을 견지하는 현실감과 성숙성을 체득하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진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이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일부 논란이 왜 나오는가를 헤아려 주기 바란다.
노동자의 당이라고 해서 자본가를 적대시하고, 평등과 분배를 기한다면서 시장기능을 배척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합리적 정책으로 증명해 보여 주기를 국민이 바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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