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노동조합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인천 지역 교회 계약직원 4명은 14일 인천 계양구에 '기독교회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냈다. 기독교회노동조합은 인천 지역 교회의 부목사와 전도사, 사무원, 관리인 등을 비롯해 교단 직원과 교계 사회단체 직원, 교계 언론인 등을 조합원으로 하는 지역 노조로 설립될 예정이다. 종교단체 노조로는 국내 최초다. 계양구는 "서류 검토 후 하자가 없으면 3, 4일 후 신고 필증을 교부할 것"이라고 밝혔다.노조 설립을 주도한 이길원(李吉遠·49·사진) 인천 계양구 서운동 경인교회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라는 이름 아래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노조 결성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 기독교회노조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4월초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홈페이지 개설 이후 문의가 줄을 이었고, 준비위는 인천 외에 4월 중으로 서울과 부천에도 지역 노조 형태의 노조를 세우고, 궁극적으로는 산별노조를 만들어 개별 사업장 단위조합으로 분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목사는 교회 내 고용 불안과 저임금, 인격적 모독 등을 노조 설립 이유로 들었다. "부목사, 전도사 등 교회 사람들의 사용지휘권을 담임목사가 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있다"며 "새벽기도와 철야기도, 부흥회 등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종교인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충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런 것들을 감수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나는 담임목사로 사용자 입장에서 전도사 등 교회 사람들과 협상해야 하지만 이를 기꺼이 수용하겠다"며 기독교회노조는 앞으로 교회 담임목사나 교단, 교계 단체 대표와 노동 조건과 임금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셔틀버스 운행 등 대형 교회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이 목사는 "대형 교회가 외곽 지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작은 교회의 신도까지 싹쓸이, 교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백화점 셔틀버스는 운행이 금지되는데도 유독 종교단체만 운행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노조는 담임목사의 전횡과 세습 타파 등 교회 개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노조에 대한 부정적 시선 또한 적지 않다. 홈페이지에는 "교회는 생산 현장이 아니다. 그만 하라, 큰일 난다" "주님의 섬김과 사명에 힘써야 할 이들이 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이단집단과 다를 바 없다" 는 등 반대 글도 줄을 잇고 있다. 한 교회 관계자는 "보수색이 강한 교계 지도자들이 과연 노조를 인정할 지 의문"이라며 "큰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박광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