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처럼 온 가족이 고기를 먹으러 갔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도 우리처럼 고기를 먹으러 온 가족이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있는 가족이었다. 모두 고기를 먹는데 그 중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그 집 작은아들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콧물을 훌쩍이며, 또 엄마의 눈치를 보며 자장면을 먹고 있었다. "그래, 그래. 울지 말고 얼른 먹어. 사람이 먹고 싶은 걸 먹어야지." 옆에서 할머니가 열심히 아이를 달랬다.대번에 사정에 짐작이 갔다. 아이가 고기집에 와서까지 자장면을 먹겠다고 떼를 쓰자 처음엔 엄마가 야단을 치고, 그래도 울며불며 막무가내로 떼를 쓰자 할 수 없이 고기집에서 중국집으로 전화를 걸어 자장면을 시켜준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그건 예전에 우리집에도 그런 자장면 박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모처럼 외식을 나온 김에 아이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려 하고, 그러면 아이는 "이거 먹으면 자장면 사줄 거야?" 되묻고. 아이가 어릴 때 우리도 고기집에서 중국집으로 전화 많이 걸었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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