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스웨터 하나만 걸치고 밤길을 나서도 바람이 차갑지 않다.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라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모두 푸근해진다. 좋아하는 이들과 모처럼 외식을 하고 싶다. 봄날 저녁, 꽃과 바람과 사랑과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곳이 없을까.어디를 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맛 좋은 곳, 아니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곳? 같이 가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는 분위기가 좋거나 서비스가 확실한 레스토랑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가까운 곳에서 적당히 찾을까, 혹시 기분도 낼 겸 인테리어가 멋진 곳은? 글쎄, 참, 요즘 '오가닉 카페'라는 것이 뜬다던데….
오가닉 카페(Organic Cafe)란 신선한 무공해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전문적으로 내놓는 곳이다. 비료를 전혀 혹은 거의 쓰지않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야채와 과일, 우유와 고기를 사용하거나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을 배제하는 카페들이다. 유기농 빵을 만드는 오가닉 베이커리나 둘을 합쳐 놓은 컨셉의 오가닉 베이커리 카페도 역시 마찬가지.
이 같은 컨셉의 오가닉 카페가 최근 늘고 있다. 지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유기농 베이커리 카페 '오봉팽'에 이어 청담동에 오가닉 카페 '마켓오'가 문을 열었고 올 초 '느리게 걷기'도 오가닉 대열에 합류했다. 또 유기농 빵만을 만드는 오가닉 베이커리 '빵오'가 동부이촌동에 들어섰고 유기농 빵을 별도로 구워내는 베이커리들도 생겨났다.
푸드 컨설턴트 노희영씨는 "음식의 자연주의 바람이 이제 외식 분야로까지 확산됐다"며 "누가 더 맛있게 만드느냐 보다 누가 더 좋고 신선하며 깨끗한 식재료를 확보하느냐가 앞으로 외식 문화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가닉 푸드의 맛
보통 음식 하면 맛을 최우선으로 친다. 그런 만큼 맛을 내는 향신료와 식재료들을 잘 섞어 남다른 맛을 내는 요리사의 테크닉이 중요하다. 하지만 오가닉 푸드는 음식의 맛 보다 '음식의 질'을 먼저 추구한다. 그래서 향신료를 이용한 맛 보다는 식재료 자체의 원래 맛에 더 충실하다. 진짜 신선하고 맛있는 식재료는 아무 것도 섞지 않고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것.
주재료 외에 여러 자잘한 양념이나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만큼 오가닉 푸드의 조리 과정도 간단하다. 섞고 비비고 볶고 튀기는 과정들이 확 줄어들어서다. 조리 시간 역시 길지 않다. 조리가 간단해야 재료 맛이 살아 난다는 이유에서다.
오가닉 카페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웰빙 붐과도 궤를 같이 한다.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 식품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문화 코드의 일환인 것. 겉보기에나 맛에서나 화려하지 않지만 건강을 선물한다는 취지에서다.
어디까지 오가닉?
오가닉 카페에서 유기농 야채를 쓰는 것은 기본. 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만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모두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에 들어가는 야채들이다.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구운 빵과 유기농 우유, 유기농 고기 등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오가닉 푸드의 식재료들이다.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유기농 생과일 주스만 내놓거나 음식들을 주문하면 조리하기 시작하는 홈메이드 방식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가닉 베이커리 경우 밀가루는 물론, 건포도나 건과 등 속재료도 오가닉 원칙에 충실하다. 특히 빵을 부풀리게 하는데도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효모를 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맛있는 카페를 찾아서
마켓오 (02)548-5090 압구정동
퓨전 레스토랑 '궁', 누들 레스토랑 '호면당' 등을 기획, 음식의 새 트렌드 코드를 탄생시켰던 노희영씨가 새롭게 오픈한 오가닉 카페. 마켓오의 '오'는 오가닉, 즉 유기농을 뜻하고 마켓은 유기농 식재료가 집합한 곳임을 말해 준다.
"예쁜 여자는 화장하지 않고 목욕하고 나왔을 때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 노씨의 생각. 음식도 치장을 많이 하지 않고 물에 씻어 바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 논리다. 진짜 좋은 식재료는 아무 것도 추가하거나 조작을 안 해도 맛있다는 것.
야채와 과일은 물론, 우유도 유기농 사료만 먹인 소를 키우는 목장에서 가져온 것만을 사용한다.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녹차는 일본에서 수입하며 소고기는 맥주를 먹여 키워 육질이 연하고 살균처리가 잘 된 최고급육만을 사용한다. 검은 참깨와 두유가 들어간 파스타, 오청면과 롤과 구운 주먹밥 등이 눈길을 끈다.유기농임을 증명하기 위해 주방을 100% 오픈, 그날그날 쓰는 식재료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객은 테이블에서 주방의 청결도와 조리사의 복장까지 체크할 수 있다. 나무와 풀의 이미지를 살린 인테리어도 오가닉 카페 분위기를 살렸다.
느리게 걷기 (02)515-8255 청담동
쉬운 재료로 바쁘게 빨리 만드는 음식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몸과 마음을 생각하는 웰빙 푸드를 내놓는다. 슬로 푸드 컨셉을 강조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유기농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독특한 레시피와 음식, 음료가 특징. 유기농 채소로 만든 빠니니 스타일의 그릴드 베지터블, 유기농 호밀빵으로 만든 다양한 샌드위치, 찹쌀 옹심이를 넣은 부드러운 단팥죽, 생강꿀차, 여러 종류의 허브차 등이 대표 메뉴. 모두 주문 후 조리하기 시작,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메이드 푸드 느낌이 난다. 특히 모과나 대추는 직접 사다가 꿀에 숙성시키고 잼도 유기농 재료로 만든 것을 쓴다. 쌀도 방앗간에 가서 직접 찧어온다.
오동나무 원목을 사용한 벽, 녹이 그대로 슬어 있는 철골, 한지를 사용한 천장 등의 인테리어는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오가닉카페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봉팽 (02)399-0097 광화문 여의도 이대점 등 3개 지점
유기농 야채만을 사용하는 오가닉 베이커리 카페. 베이커리이면서 카페 같은 더블컨셉의 공간이다. 샐러드용 야채나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야채가 유기농 식재료이다. 유기농 특수야채만 사용하는 가든 샐러드는 기본이고, 모짜렐라와 신선한 토마토, 그릴드 로스트 페퍼가 조화를 이룬 정통 이탈리안 스타일의 고품격 샐러드인 후레쉬 모짜렐라 샐러드 등이 대표 메뉴. 샌드위치 4,500∼9,500원, 샐러드 4,000∼8,500원.
빵오 (02)794-5090 동부이촌동
유기농 밀가루와 유기농 과일, 유기농 우유를 사용해 빵을 굽는 오가닉 베이커리. 이스트 대신 천연효모를 사용하는 까닭에 빵 한덩어리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1주일∼20일. 진정한 웰빙 음식을 고집해서다.
당연히 이 집 빵 맛은 색다르다. 검은 흑빵 종류가 많은데 그만큼 잡곡을 많이 썼다는 증거다. 베고 잘 수 있을 정도로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럽다. 빵이 숨을 쉬기 때문에 비닐포장을 하지 않는 것이 또한 독특하다. 비닐 포장을 하면 오히려 빵이 쭈글쭈글해져 반드시 종이로만 포장한다.
녹차로 만든 녹차 식빵과 녹차 쿠키, 무화과 열매와 호두로 만든 무화과 피칸, 그리고 건강빵의 대명사인 호밀빵과 오트밀빵 등 정통 뉴욕식 오가닉 브레드와 유기농 빵으로 만드는 샌드위치, 유기농 요구르트와 과일로 갈아주는 크리스틴 프루티 등을 즐길 만 하다. 원목 소재가 주는 편안함과 초록 나무 이미지는 오가닉의 특징을 잘 전달해 준다.
아마폴라 (02)517-7747 청담동
유기농 밀가루만 사용한 호밀빵과 잡곡빵을 구워낸다. 모두 키르키즈스탄에서 수입한 것인데 일반 밀가루 가격의 5배 가량 된다고. 빵 색깔이 진한 베이지색에 가깝다.
유기농 밀가루에 크림이나 과일 등 속재료를 함께 넣어 구우면 빵이 잘 부풀지 않아 속재료 없는 브레드만 만들어 낸다. 치즈나 과일 등 다른 속재료를 넣지 않아도 유기농 빵은 속재료가 풍부한 다른 빵들과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 100%는 아니라도 유기농 밀가루를 섞어 가격대를 낮춘 빵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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