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독수리, 땅에는 호랑이, 민물에는 배스가 왕이다. 왜 토종 민물고기들이 배스에게 잡아 먹혀야만 하는가?새 학기를 맞아 전북 순창 북중학교에서는 과학동아리 '배스 헌팅부'가 구성됐다. 부원 29명은 "순창에도 배스가 사나요?" "잉어를 어떻게 씹지도 않고 잡아먹을 수 있나요?" 하며 질문을 끝없이 쏟아냈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 체험 학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토요일 오후 순창에서 가까운 인계면 외양저수지에서 배스를 잡아보기로 했다. 영리한 배스가 초보자들의 낚시에 물릴까, 학생들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결전의 날인 10일 오후 3시, 부원 19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낚시를 담근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잡았다. 배스여!" 잡은 학생은 의기양양했고, 못 잡은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투덜거렸다. 잡은 배스는 모두 23마리였다.
섬진강에서는 배스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4일에는 길이가 64㎝, 무게가 3.5㎏이나 되는 대물 배스가 잡혔다. 배스는 하루에 자기 체중의 절반 가량을 먹어치우며 살아간다. 민물고기에서부터 올챙이, 지렁이, 개구리, 심지어 작은 새까지 다 잡아먹는다.학생들은 물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계 파괴 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배스를 잡아냄으로써 토종 민물고기를 보호하는 작은 일을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에는 섬진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이동하면서 배스를 잡아 증식 개체수를 직접 확인키로 했다.
학생들은 특히 "왜 미국 배스가 한국 물고기를 잡아 먹도록 그냥 둡니까?"라고 물어온다. 그러나 시원한 대답을 줄 수가 없었다. 40년 전에 수입해 치어를 방류할 당시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지만 누구 한 사람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탓이다. 창녕 우포늪을 배스와 블루길이 80% 점령했다고 한다.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배스는 몸 속에 고농도 아미노산인 타우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노약자 영양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름철에만 비린내가 많이 날 뿐 조리만 잘 하면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
이번 현장 학습은 생태계가 단 한 번의 인위적인 실수로 얼마나 파괴될 수 있는가 하는 교훈을 학생들에게 실감케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배스 등으로 파괴되고 있는 물 속 생태계는 언제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양병완 순창 북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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