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의 지도부와 후보들은 방송3사의 총선 예측에 또다시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었다. 15일 오후 6시. 천막 당사안에서 TV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입에선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방송3사가 투표마감과 동시에 내놓은 예측 결과는 공히 열린우리당이 170석을 넘는 압도적 과반. "이건 아닌데"라는 말들이 한숨 속에 뒤섞였다. 윤여준 선대위 상임부본부장은 "지난번 예측도 틀렸으니 더 지켜보자"며 당직자들을 다독였다.출구조사 예측에 따라 당 존립이 위태로워진 민주당과 자민련의 경우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자민련의 경우 지역구에서 지지율 2%로 김종필 총재의 비례대표도 불투명하다는 예측이 나오자 망연자실했다. "사람들이 제대로 답을 안 했을 것"이라며 자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표본을 이전보다 2배 늘리고 수억원을 들였다"며 방송사들이 자부해왔던 만큼 야당은 낙담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실제 개표에 들어가면서 야당 당사의 표정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당 후보가 1위를 달리는 지역이 예상보다는 적었다. 특히 수도권 곳곳에선 방송 예측과 상반된 결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당의 압도적 우세 예상과 달리 우세의석수에서 '120대 100'의 구도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당사에선 "저것 봐 또 저런다니까"라는 말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방송사의 예측방송에 환호와 함께 개표를 지켜본 우리당은 예상외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의석 점유 수가 많아지자 긴장하는 빛이 완연해졌다. "과반을 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후보들도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한나라당 이재창(경기 파주), 이규택(경기 이천여주), 진영(서울 용산) 홍준표(서울 동대문을)후보 등이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후보들의 사무실에선 "이런 조사를 돈들여 왜 하느냐"는 지탄과 "방송사의 예측은 거꾸로 봐야 한다"는 성토가 터져나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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