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6년 4월16일 이탈리아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에서 작고했다. 르네상스 양식의 창시자라 할 이 건축가는 그보다 69년 전 같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13세기 후반 이탈리아 회화와 조각 장르에서 싹트기 시작한 르네상스 예술은 한 세기 뒤 피렌체 사람 셋의 손을 통해 활짝 개화했다. 그 세 사람은 조각가 도나텔로, 화가 마자초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건축가 브루넬레스키다.브루넬레스키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피렌체 산타마리아델피오레 대성당의 궁륭, 산로렌초 성당, 산토스피리토 성당 등이 꼽힌다. 초기 업적이라 할 산타마리아델피오레 대성당 궁륭은 성당 건립이 착공된 지 124년 뒤인 1420년에 작업을 시작해 16년 만에 마무리됐는데, 아름다움과 힘을 조화시킨 멋스러움으로 오늘날까지 피렌체의 현실적·상징적 중심 노릇을 하고 있다. 브루넬레스키는 건축설계사로서 투시도법을 깊이 연구했고, 이 작업은 마자초를 비롯한 피렌체파 화가들의 원근법에만이 아니라 뒷날 지리학자들의 지도제작법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어린 시절 금속 공예 훈련을 받은 브루넬레스키가 장성해 처음 뜻을 둔 장르는 건축이 아니라 조각이었다. 1401년 피렌체 세례당 출입문의 청동 양각(陽刻) 제작자를 뽑기 위해 열린 콩쿠르에서 그는 로렌초 기베르티와 함께 최후의 두 후보로 뽑혔다. 심사원들은 끝내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지 못해 공동 작업을 권했지만, 브루넬레스키가 이를 거부해 그 일은 기베르티에게 맡겨졌다. 콩쿠르의 주제는 구약 성서에서 하느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려고 꾸민 '이사악의 희생' 에피소드였다. 피렌체의 국립 바르젤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두 사람의 시작품(試作品)을 비교하면, 기베르티와 달리 브루넬레스키는 전통적 고딕풍에서 과감히 벗어나 조각가로서도 이미 혁신적이었다는 것이 또렷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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