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메뚜기'. 시험 기간에 아침 7시를 넘겨 학교에 도착하는 학생은 일명 '메뚜기'가 된다. 좌석 선점을 막기 위해 학생회에서 학생증과 얼굴을 대조하고 좌석표를 발급해 주는데, 보통 7시가 넘으면 좌석표를 받기 힘들다. 자리를 갖지 못한 학생들은 주인이 없는 자리를 찾아 공부를 하지만 주인이 돌아오면 또 다른 자리로 옮겨 다녀야 하는 '메뚜기'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주인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다.새벽같이 일어나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온 학생들도 자리를 차지해 공부를 시작하지만 이내 책상에 엎드려 부족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마다 '자리 맡기 전쟁'을 치른 터라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대학에는 요즘 새 건물 짓기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대학을 후원해주는 기업 이름을 붙인 최신식 건물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는 것을 어느 대학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 안에는 학생들과 교수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는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향기 좋은 커피와 도넛과 함께 수다를 즐길 수 있는 커피숍과 공강시간에 친구들끼리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 이것이 과연 대학이 학생들을 위해 제공해야 하는 공간일까 회의가 든다. 문득 대학이 배움의 장이 아니라 이윤을 창출하는 하나의 기업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분개하게 된다. 새 건물을 지으면서 한 번이라도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더라면 학생들이 주인인 소중한 대학의 공간에 상술이 가득한 기업형 편의·오락 시설이 넘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24시간 편의점, 당구장, 수영장, 헬스장이 아닌, 언제든지 필요할 때 원하는 책을 볼 수 있고, 언제라도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 성숙한 도서관 문화를 조성해 줄 수 있는 대학이 있다면 학생들이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 라는 표어 아래 공사중인 건물을 점거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오늘도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 학교로 달려가 좌석표를 받기 위해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며 줄을 서야 한다. '새로 지은 건물에 도서관을 조금만 더 마련해주었더라면'하는, 대학을 향한 원망을 감출 수가 없다.
박미호 성균관대 가족경영소비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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