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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우리당 압승/17代 국회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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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우리당 압승/17代 국회의 특징

입력
200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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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처음으로 '여대야소'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이다.이것은 2002년 대선의 민의와 총선의 민의가 일치한 것으로, 국회주도 세력의 전면 교체 및 향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의미한다. 역대 정권들이 여소야대 구도에서 예외없이 야당 의원을 인위적으로 빼내 여대판도를 만들다가 야당의 사생결단식 반발을 불러온 점에 비춰볼 때 최소한 정국 파행은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그동안 의회 다수세력을 형성한 한나라당이 2차례나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계속해서 비생산적인 대결 정치를 보여준 데 대해 유권자들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상호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국정 수행은 일방적 독주로 치우치기 쉽다"면서 권력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만만찮다.

또 다른 특징은 과거와 같은 극심한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는 완화됐다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이 영남권을 제외한 서울, 호남, 충청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3김의 퇴장 및 1인 보스정치 청산, 거센 정치개혁 바람 등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각각 영남·호남·충청을 삼분했던 구도가 어느 정도 깨진 셈이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지역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특정정당 후보에게 80∼90%의 몰표를 주는 경우는 없었다"며 "지역당 구조가 서서히 해체되는 과도기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동서 지역을 양분한 것은 변형된 형태의 '신(新)지역주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특히 한나라당의 영남권 독식은 '박근혜 대표 효과' 와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가 맞물려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진보 세력이 대거 약진하고 보수세력이 상대적으로 퇴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본격적인 진보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최초의 원내 진출에 성공, 하나의 정치세력을 형성한 반면, '보수정당'을 표방해온 자민련이 참패한 것이 이같은 맥락이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산업화된 외국 선진국의 경우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이미 이뤄진 지 오래"라며 "진보세력의 약진은 만시지탄"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은 보수를 대표해온 정당들이 탄핵사태에서 보듯, 이념적 지향 및 정책면에서 극단주의 및 낡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집착,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밟아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남북 분단 및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 등 억압적 상황으로 진보 세력이 그동안 표를 얻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민노당의 선전은 이념 정당으로의 분화보다는 1인2표제 도입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야 각 당의 '개혁 공천'을 통해 130명 안팎의 정치 신인들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 지역구 의석(243석)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한나라당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 149명 중 60명이 탈락, 물갈이 비율이 40%에 이르렀고 열린우리당도 200여개 지역구에 신인들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 입후보자 1,113명 가운데 현역 의원을 제외한 정치 신인들이 80%를 넘어 일찍부터 세대 교체가 예고됐었다.

이같은 흐름는 "젊은 일꾼을 수혈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욕구와 '3김 퇴장' 이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등 50대 초반의 여야 대표가 정국을 주도하는 현 정치 상황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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