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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다이아몬드와 다이너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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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다이아몬드와 다이너마이트

입력
200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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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캠벨의 '다이아몬드 잔혹사'는 최고의 아름다음과 강함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가 찬란한 광채만큼이나 어두운 저주의 그림자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원전부터 장신구나 호신부로 쓰인 다이아몬드는 17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브릴리언트 컷'이란 연마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루비나 에메랄드보다 낮게 평가되었다. 연마법 개발로 최고의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 다이아몬드는 동시에 탐욕과 재앙을 잉태, 순도 높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 때문에 풍요해지기는커녕 살육과 내전에 휩싸이는 비극을 맞았다. 이 책은 지금도 다이아몬드 뒤에는 무기와 검은 돈, 그리고 기업의 탐욕이 숨어 있음을 고발한다.■ 알프레드 노벨은 그의 동생을 포함한 5명의 목숨을 잃는 폭발사고에도 불구하고 폭약 연구에 매달려 1886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 다이너마이트는 다른 폭약에 비해 다루기 쉽고 폭발력이 강해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폭약이라는 속성 상 다이너마이트는 '파괴와 건설' '전쟁과 평화'라는 양면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자신의 발명품이 군사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극력 반대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노벨상이다.

■ 인생이라는 긴 여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눈을 감을 때까지 선택의 기로와 조우하며 그때마다 다이아몬드와 다이너마이트 중 택일을 강요받는다. 대부분은 다이너마이트를 피하고 다이아몬드를 선택한다.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가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위험한 다이너마이트를 선택했다고 해서 실패로 단정할 수 없다.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 다이아몬드광산을 찾아낼 수도 있기에. 선택의 성공 여부는 다이아몬드나 다이너마이트가 아니라 그것을 선택한 주인공에 달렸다.

■ 17대 총선은 끝났다.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라는 일진광풍 속에 치러진 선거전은 비교적 조용하게 끝났으나 지역, 이념, 세대 갈등을 증폭시켰다. 정당과 후보들 모두 정치풍토를 바꾸겠다고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은 끝까지 선뜻 지지할 후보와 정당을 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막판까지 부동표가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제 유권자들의 선택 결과는 나왔다. 웃는 자도 있고 우는 자도 있겠지만 아직은 다이아몬드를 선택했는지, 다이너마이트를 선택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총선민의를 가시화하는 것 또한 유권자의 권리와 책임으로 남는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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