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선 각 당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야당 중진 중엔 거의 지옥 문 앞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회생한 인사들이 있는 반면, 세대교체 바람과 '탄풍(彈風)' 등의 여파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사람들도 상당수다.극적으로 회생한 대표적 케이스는 자민련 이인제(논산·계룡·금산) 의원이다. 이 의원은 뚜껑을 열기 전에는 여성장군 출신인 열린우리당 양승숙 후보에게 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결과는 치열한 경합끝에 당선돼 4선을 거머쥐었다. 충청 민심이 중량급 정치인을 한번 더 밀어준 덕이다.
민주당 한화갑(무안·신안) 전 대표도 당선 확정후에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대선후보 경선자금 문제로 검찰의 영장청구까지 받은 뒤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가 고향으로 유턴한 한 전 대표는 탄풍으로 인한 호남 민심 이반 등의 영향으로 당선을 낙관하지 못하고 선거 기간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우리당 김성철 후보를 10%가까이 따돌리며 다시 살아났다. '리틀 노'라 불리는 우리당 김두관 후보와 맞붙어 조마조마했던 한나라당 박희태(남해·하동) 전 대표도 3% 내외의 표차로 겨우 살아나 5선 고지에 올랐다.
반면 끝내 살아 남지 못한 중진들은 기사회생한 인사보다 훨씬 많다.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조순형(대구 수성 갑) 대표는 '지역구도 타파'라는 명분을 내걸고 대구에 출마했지만 한나라당과 우리당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쳐 맥을 추지 못했다. 같은 당 유용태(서울 동작 을) 원내대표도 3위에 그쳐 몰락했다.
당내에서 개혁공천 대상으로 거론됐던 민주당 박상천(고흥·보성) 전 대표는 우리당 신중식 후보에게 시종 밀렸고, 정균환(고창·부안) 전 총무도 우리당 김춘진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경재(서울 강북 을) 상임중앙위원 역시 탄풍을 극복하지 못하고 3위에 그쳤다. 6선에 도전한 한나라당 강창희(대전 중) 의원은 우리당 권선택 후보에게 패배했고, 같은 당 목요상(동두천·양주) 의원 역시 우리당 정성호 후보와의 경합 끝에 밀려 5선에 실패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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