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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여보, 가족사진 이제서야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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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여보, 가족사진 이제서야 찍었어요"

입력
200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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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 보세요.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사진관에 가족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당신 생일날에 걸어놓을 가족사진이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없는데 가족사진을 어떻게 찍느냐구요? 사진관 직원을 당신 자리에 앉혀 포즈를 취하게 하고 나중에 그 직원 얼굴을 당신 얼굴로 합성하기로 했답니다. 우리 가족 셋이 카메라 앞에 서니 갖가지 상념이 스쳐 지나가는군요.

당신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그간 우리는 가족사진을 한 장도 찍어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왜 가족사진을 찍지 않았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선 서로가 바빠서 짬을 내기 어려웠고 또 한편으로는 가족사진을 찍으면 괜히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군요. 인간은 어차피 결국은 세상을 떠난다는 진리를 애써 외면하려 했나 봅니다. 정말로 저는 당신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고 집에서도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였지요. 나에게 잘해줬고 두 자식에게도 한없는 사랑을 베풀었지요. 그런 당신이 야속하게 훌쩍 먼저 세상을 떠나다니요. 컴퓨터로 찍은 사진을 미리 보니 당신 얼굴에는 슬픔과 근심이 가득차 있군요. 차라리 당신이 살아 있을 때 행복한 표정으로 찍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식 같은 사진관 직원 등을 토닥거려 주며 "오늘 하루 내 남편이네" 했더니 직원도 겸연쩍게 미소를 짓더군요. 며칠이 지나면 가족사진이 안방에 걸려 있겠군요. 그러면 아침마다 당신 얼굴을 볼 수 있겠지요. 올해 초 버스 안에서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이라는 유행가를 듣고 감전된 듯 온 몸이 저려 왔습니다. 유행가 가사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당신 하늘나라에서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겠지요.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강경옥·전남 목포시 신안음악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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