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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코드의 길, 통합의 길

입력
200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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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고, 이제 관심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쏠린다. 아직 탄핵심판과정이 남아있지만 만약 대통령이 복권될 경우 당면한 국가난제를 푸는 것은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대통령중심제 아래서 국회는 견제와 감시는 할 수 있어도 국가의 의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낙승함으로써 여당으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차지했으니 대통령은 힘을 받게 됐다.선거 열흘 전인 지난 5일 저녁 사람들은 오랜만에 TV화면에 나온 노 대통령의 모습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출입기자들과 함께 청와대 뒷편 북악산 산자락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며 환담하는 모습이었다. 대통령은 기자들과 꽤 오래 얘기를 했던 것 같지만 '오프 더 레코드'가 잘 지켜져서인지 세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고, 총선 후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한정지로 청와대에 칩거 중에 대통령이 이런 뉴스 이벤트를 만든 것은 총선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은 정치에 통달한 시민에겐 상식이다. 열린우리당이 탄핵폭풍을 타고 잘 나가다가 '박근혜 효과'와 '정동영 발언'이라는 두개의 역풍을 맞아 주춤거리자 안타까운 나머지 지지의 메시지를 띄운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노 대통령이 정치를 재개하면 그는 두 갈래 길 앞에 서게 될 것 같다. 하나가 총선전 집권1기에서 보여줬던 '코드의 정치'라고 한다면 다른 한 길은 북악산에서 언급한 '통합과 상생의 정치'일 것이다.

통합과 상생의 정치란 말은 그럴싸하지만 실행은 어려운 것인 점은 그간 우리가 수없이 보아온 일이다. 권력은 자식과도 공유할 수 없다고 하고 같은 당 사람도 갈라서면 원수가 되는 판인데 하물며 사사건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야당을 상대로 통합의 정치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드(code)라는 말은 노무현 집권1기의 대명사로써 정치적으로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책임정치의 극단을 뜻하는 말이다. 민주주의 아래서 대통령은 책임정치의 주체이다. 책임을 지려면 생각이 같은 사람들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미국은 이런 정치를 하는 전형적인 나라이고 국민들이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노무현정부 집권1기 코드정치의 긍정적인 측면이 권위주의 타파라면 그 부정적 측면은 국정의 혼선과 책임의 실종 현상이다. 소수정권의 한계도 있었지만, 위기를 예측하고 대응하는데 대단히 미숙했다. 세대교체를 통해 정부와 사회분위기가 통째로 바뀌었지만 사회변화의 활력소 역할 못지않게 갈등과 분열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향후 노무현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막중하다. 민생문제가 급하다. 대통령의 탄핵을 질책한 것도 정치권이 탄핵을 민생보다 앞세웠기 때문이다. 이제 민생문제에 대한 책임과 시선은 대통령에게 쏟아질 것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부터, 미래에 먹고 살 문제까지 준비할 일이 많다. 이것은 코드정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이라크파병 북한핵 한미관계는 여론조사나 감상만을 쫓아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숙고해야 한다. 이런 미묘한 대외정책은 냉정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이번 총선결과는 대통령에게 다시 코드정치의 유혹과 자칫 자만의 손짓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과 상생의 길로 들어설 여유도 함께 주었다

sjkim@hk.co.kr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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