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집과 회사만 오가기는 억울하다. "주말엔좀 쉬어야겠다"며 식구들의 성화를 뿌리치고 집에서 빈둥대지만 왠지 좀이 쑤신다. 그럼 밖으로 한번 나가봐? 가만, 피크닉을 가려면 뭔가를 들고가야할텐데, 뭐 준비된 것이 있을까?갑자기 나들이를 나설 때, 가볍게 또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샌드위치만한 것이 없다. 샌드위치에 가장 어울리는 속재료는 뭐니뭐니 해도 햄과 소시지. 바쁜 아침 간편 식사로 빵을 많이 먹는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는 햄과 소시지가 비치돼 있다. 굳이 반찬이나 안주가 아니더라도 햄이나 소시지는 훌륭한 주 식재료 겸 영양공급원이다. 중고교 시절, 어머니가 모처럼 햄이나 소시지를 반찬으로 싸주신 날이면 옆자리 친구들의 젓가락과 포크가 도시락을 향해 돌진해 오던 기억도 진하게 남아있다.
햄이나 소시지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고 보니 종류도 여간 다양한 게 아니다. 햄과 소시지 사랑에 푹 빠진 남자가 맛 해결사로 나섰다. CJ식품연구소의 육준모(35) 선임연구원. 그는 햄 빛소시지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공부하며 메쯔거(육가공) 마이스터 자격증을 딴 한국인 3명 중 한 명이다.
―독일에서는 햄이나 소시지를 많이 먹나요?
"그럼요. 햄과 소시지가 우리에게는 반찬이지만 그 나라에서는 주식이에요. 빵이나 야채를 먹을 때, 또 맥주를 마실 때 반드시 곁들이는 메뉴입니다."
―그럼 메쯔거 마이스터도 중요한 직업이겠네요.
"독일에서 마이스터 자격증은 한 분야의 직업인이 딸수 있는 최고의 장인 자격증입니다. 메쯔거는 육가공을 가리키는 말이구요. 관련 학교를 졸업하고 마이스터 밑에서 3년 이상 배운 뒤 추천서를 받아야만 마이스터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요." (강릉대 식품과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육가공업체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9년 독일로 유학, 마이스터 자격증을 따냈다)
―근데 햄과 소시지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항상 혼동됩니다.
"우리는 보통 가늘고 길다란 것은 소시지, 크고 납작한 것은 햄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다릅니다. 다릿살이든 가슴살이든 덩어리육에 소금이나 향신료를 넣고 재워두거나 가공한 것은 햄, 고깃살을 갈아 가공한 것은 소시지라 부릅니다. 모양이나 크기와는 상관이 없지요. 당연히 햄이 더 고급 제품이죠."
―햄과 소시지는 그럼 어떻게 만드나요?
"햄은 보통 고기 자체에 소금이나 향신료를 넣습니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재워 발효시키거나 훈연하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 익히기도 합니다. 가공 방법은 햄과 고기 종류에 따라 여러가지죠. 소시지는 햄과 가공 방법은 비슷한데 고기를 갈아 만든다는 점이 큰 차이점입니다. "
―이제 좀 이해가 되네요. 그럼 고기와 맛에서 어떻게 차이가 난다고 할까요?
"햄이나 소시지는 고기 자체의 맛에 염분과 양념이 더해진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고기는 양념이나 고추장 된장에 찍어 같이 먹는데 이 과정이 축약된 셈이지요. 특히 소시지는 씹을 때 파열감이 고기보다 더 좋지요.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등심이나 안심보다 삼겹살, 목살을 더 좋아하는 것도 지방이 적절히 섞여 있어 뻑뻑하지 않아서죠."
―소시지에 밀가루가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옛날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그랬죠. 지금은 오히려 햄과 소시지가 고급화하고 있답니다. 최근 나온 프리미엄급 소시지들은 냉동육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끓는 물에 담그는 2차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맛이 더 살아 있죠. 대신 유통기한이 짧아 일찍 먹어야 합니다."
―햄과 소시지를 맛있게 먹는 요령을 알려 주세요.
"프라이팬이나 석쇠에 구워 먹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특히 지방 함유량이 높은 종류일수록 그렇죠. 반면 슬라이스로 먹을 때는 차가운 상태로 괜찮습니다. 특히 햄이나 소시지를 뜨거운 물에 끓여 먹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물 속에서 끓이면 비타민이나 단백질 등 영양분이 물 속으로 빠져 나가는데 소시지 맛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보통 이 때문이지요. 훈연된 소시지는 절대 물과 접촉해선 안됩니다. 단 흰 소시지는 물에 삶아도 됩니다."
/글 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햄 감자 샌드위치 조리법
햄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을까? CJ(주)가 운영하는 햄만들기 클래스에서 곰돌이, 별, 공룡 등 다양한 모양의 햄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요리도 직접 해보자. 햄과 소시지의 역사와 정보, 제조과정, 좋은 햄·소시지 고르는 법도 배울 수 있다. (02)6740-0865
햄 감자 샌드위치
재료햄 1개. 감자 3개, 피자치즈 80g , 파슬리 다진 것 약간, 밀가루 1/2컵, 달걀 2개, 흰 후추 약간
만드는법
1. 감자는 큼직하게 썰어 찬물에 5분쯤 담갔다가 건져 푹 익도록 잘 삶는다. (소금을 넣지 않고 삶아야 끈기가 없다)
2. 감자를 무르게 삶은 후 나무주걱으로 뜨거운 감자를 으깨면서 볶아 물기를 없앤다.
3. 파슬리는 곱게 다져 거즈에 싸서 물에 비벼 씻어 푸른물을 뺀다.
4. 피자치즈를 곱게 다져 으깬 감자, 파슬리와 같이 섞어서 소금과 흰 후추로 간을 한다.
5. 생양념 불고기햄 2장씩 사이에 ④를 도톰하게 채우고 밀가루를 앞뒤로 골고루 묻혀 여분의 밀가루를 털어 낸다.
6. ⑤에 풀어놓은 달걀물을 입혀서 달구어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뜨거워지면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햄·소시지 장인의 집을 찾아서
엉클조이 (02)734-0937 종로구청앞 등 서울 시내 7개점
남산 힐튼호텔 앞에 있던 엉클조의 2호점. 상호를 엉클조이로 바꾸고 7호점까지 늘렸다. 독일식 소시지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야채를 좀 더 넣고 매콤한 맛을 가미했다. 힐튼과 하얏트호텔 조리사 출신으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주인 조한각씨가 독일인 셰프에게서 배운 기술을 그대로 적용, 호텔 수준의 소시지를 만들어낸다.
삼겹살로 만들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브라트, 소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쫀득하고 깔끔한 맛의 플라이쉬, 오븐에 구워 감칠맛이 나는 케제 등 9가지 종류의 소시지를 맛볼 수 있다. 기름기와 염분을 대부분 제거, 짜지 않고 담백하다.
저녁때면 독일식 흑맥주인 비트버거와 함께 소시지를 즐기는 단골이 많다. 점심때 소시지와 밥, 야채 샐러드, 독일김치인 사워크라프트와 함께 나오는 런치세트도 잘 나간다. 밥은 반공기 밖에 안되지만 다 먹으면 배가 부르다고. 모듬 소시지(1만5,000원)를 시키면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가빈 (02)396-0239 평창동
스코틀랜드식 소시지를 맛볼 수 있는 곳. 스코틀랜드인이 한국인 아내와 함께 직접 수제 소시지를 만들어 낸다. 전통 소시지 외에 마늘 소시지, 김치 소시지 등 한국식 소시지들도 내놓는다. 모듬 소시지를 시키면 길다란 나무 접시에 담긴 다양한 소시지마다 이름을 적은 깃발을 꽂아 나온다. 이름과 맛을 비교하면서 먹는 재미가 색다르다.
으깬 감자나 감자튀김을 곁들여 내는 메뉴(1만1,000원)로 한끼 식사를 대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듬 소시지 1만2,000∼2만3,000원.
한스소세지 (02)325-8100
홍대 쪽에서 유명한 소시지 전문점. 바비큐 소시지와 더운 모듬 소시지가 맛있다. 더운 모듬 소시지를 시키면 철판에 네가지 정도의 소시지와 으깬 감자가 함께 나온다. 소스를 뿌리고 뚜껑을 덮었다 다시 열면 열기가 코 끝에 그대로 전해 온다. 가늘게 채 썬 양배추에 토마토 맛의 붉은 색 소스를 뿌려 먹는 맛도 일품. 마요네즈 맛이 나는 흰색 소스를 뿌려도 된다. 양배추 샐러드 맛은 산뜻하고 소시지마다 쫀득한 맛이 색다르다.
메모리스 (02)795-3544 이태원
독일인 주인과 한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정통 독일음식 전문 레스토랑. 전혀 가감하지 않은 순수 독일식 소시지 맛을 제공한다. 모듬 소시지인 브라트버스트를 시키면 서너가지 종류의 소시지와 으깬 감자, 사워 크라프트가 함께 나온다. 규모는 작은 편. 아이스바인(돼지족발) 시니쯔(독일식 돈가스) 등 독일 사람들이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 스타일 푸드들도 인기 메뉴.
오킴스 브로이하우스 (02)6002-7006 삼성동
고추, 순대, 김치 등을 활용한 한국식 모듬 소시지를 내놓는다. 소시지에 양배추나 부추 청양고추 생선을 섞은 건강 소시지도 이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들. 소시지 전문가로 홈페이지도 운영하는 오경인씨가 다양한 소시지를 수시로 개발해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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