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이 중국 때문이라는 국제여론에 중국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뉴욕 타임스는 12일 국제원자력기구(IEA) 보고서와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 중국의 경제성장과 이라크 정세불안이 맞물려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위해선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 같은 중국의 원유수요 증가가 세계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에 앞서 IEA는 지난주 발표된 월례보고서에서 1·4분기 중국의 하루 석유수요는 사상 최대규모이자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난 614만 배럴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가상승의 '중국원죄론'과 같은 분위기가 비등해지자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 쿵취앤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으며 이것이 유가급등을 이끌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쿵취앤 대변인은 "미국은 한해 10억톤 이상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으나 중국의 소비량은 2억4,000만톤에 불과하다"며 "중국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객관적 주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유가상승의 원인을 찾다보면 중국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선 늘어나는 자동차만 봐도 중국의 기름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에만 180만대의 자동차가 팔렸으며, 올해엔 21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공장증설로 전력수요가 매년 15% 이상씩 증가하면서 민간 발전설비 가동을 위한 경유와 디젤류 도입도 늘어나는 상태다. 그 결과,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으로 올라섰으며 수입에서도 미국 일본 한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국으로 부상했다.
1999년 60만배럴 수준이던 원유수입량은 지난해 187만 배럴까지 늘어났다. 4년만에 원유수입량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 원유외에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작년 수입규모는 하루 260만 배럴에 달하며 밀수입까지 감안하면 300만 배럴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의 국영 신화통신은 "1·4분기 원유수입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나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고성장이 지속되는 한 중국의 기름소비 및 수입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정부는 중동정세 및 대미 관계 악화에 대비, 원유비축 물량을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입장이어서 중국의 원유 도입량은 '실수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IEA는 "90년엔 중국이 전 세계 석유사용량의 3.5% 만을 사용했지만, 2000년엔 6.2%, 올해엔 7.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정세가 안정을 되찾고, 달러약세가 끝나더라도, 중국수요가 지속되는 한 유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은 점점 더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철강 등 다른 원자재처럼 기름도 '블랙홀 차이나'로 가는 양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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