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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苦로 헤어진 父女 16년만에 "눈물의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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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苦로 헤어진 父女 16년만에 "눈물의 상봉"

입력
200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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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도 너희들을 잊어본 적이 없단다. 정말 고생시켜 미안하다…."14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 임모(55·식당 운영)씨와 임씨의 두 딸이 얼굴을 마주한 순간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랜 투병생활로 초췌한 모습의 임씨가 "아버지 원망 많이 했지"라는 말로 오랜 세월의 침묵을 깨자 두 자매는 울음을 터뜨리며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임씨와 두 딸이 헤어진 것은 1988년 5월. 임씨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부인을 찾아나서면서 두 자매를 친척 집에 맡겼다. 며칠 뒤 아이들을 찾으러 친척 집을 다시 찾은 임씨는 아이들이 집을 나간 뒤 사라졌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임씨는 아이들을 찾아 경찰서와 고아원을 돌아다녔지만 그 사이 친척 집마저 이사를 해 아이들을 찾는 일은 점점 미궁에 빠져들었다.

임씨는 결국 고향인 전남 화순에서 농사를 지으며 술로 세월을 보냈고 급기야 3년 전에는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죽기 전에 꼭 딸들을 만나고 싶다"는 임씨의 고집에 친척들은 임씨 대신 자매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임씨도 병세가 호전돼 다시 서울로 올라와 이태원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딸들을 찾았다. 그리고 임씨의 노력은 지난 3월 경찰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장기미아사건 수사에 나서면서 기적적인 상봉으로 이어졌다.

경찰 추적결과 자매는 실종 당시 동작구 흑석동의 한 산부인과에 위탁된 뒤 다시 한국복지재단에 보호 의뢰돼 3년 전까지 산하 시설에서 지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용사로 일하는 큰딸, 방송통신고교 3년생인 작은딸을 만난 임씨는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며 두 자매를 힘껏 부둥켜안았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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