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여러 번 취재해봤지만 4·15 총선처럼 다양한 풍(風·바람)이 스쳐간 선거는 없었다.14일 비례대표 후보 사퇴서를 내기 위해 중앙선관위를 찾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탄핵 추진 세력이 다시 국회를 장악한다면 대통령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역풍'즉 탄풍(彈風)이 다시 일기를 바라는 주장으로 들렸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들은 '박풍(朴風)'에 매달렸다. 한 후보는 박근혜 대표를 소개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가 흐르는 박 대표가 우리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총선 워밍업 국면에선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차떼기'란 말이 나오는 등 이른바 검풍(檢風)이 위력을 발휘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에는 탄핵 역풍이 메가톤급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총선 돌입 직전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알려지면서 거세게 불기 시작한 노풍(老風)은 박풍과 손을 잡고 탄풍 막기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3보1배' 이벤트를 벌이면서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추풍(秋風) 일으키기에 나섰다. 선거 중반 이후 지역 바람이 다시 살아나고, 흑색선전을 유포시키는 흑풍(黑風)까지 가세했다.
개정 선거법으로 조직 선거가 줄고 합동유세 등이 없어지면서 이미지와 감성에만 의존하는 바람 선거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바람을 무조건 탓할 건 아니지만 갑자기 부는 회오리 바람에는 휩쓸리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선거가 끝난 후 '손가락 탓'을 하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투표에 앞서 차분히'순간의 선택이 최소 4년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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