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들이는 투표를 한 뒤에 떠납시다." 연령별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7대 총선 투표가 실시되는 15일 "민주시민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말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아침 일찍 동창 3명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서울 근교로 벚꽃놀이를 가기로 한 건설업체 중견 간부 이태원(36)씨는 "팔뚝에 기표 도장을 찍어 투표 여부를 확인한 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이 야유회 비용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산악회들도 아예 투표 참가자만 산행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거나 기표 도장 표시로 투표 참여를 확인하기로 하는 등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서울의 S낚시회는 인터넷을 통해 출조 일정을 소개하면서 참가 대상을 '투표를 필(畢) 하신 분'으로 못박았다. 또다른 온라인 산악회는 이날 아침 투표를 하고 서울 근교 산을 등반한 뒤 하산 후 회원들끼리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개표방송을 함께 보기로 했다. 이밖에 인라인, 영화감상 등 인터넷 동호회들도 휴일을 맞아 정기모임을 고지하면서 "투표도 꼭 참여하자"며 투표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는 15일 2박3일 일정으로 변산반도로 연례 스케치 여행을 떠나면서 출발 시간을 오후 1시로 정했다. 매년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이번에는 선거일과 겹쳐 논의 끝에 "투표는 하고 떠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휴일이지만 불가피하게 정상 근무하는 기업들도 직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출근 시간을 조정했다. 영국계 기업인 C사는 이날 사무직, 생산직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5시간씩 단축했다. 회사 대표 김모씨는 "어느 때보다 총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 근무시간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는 "저는 선거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요"등 유행어를 패러디한 통화연결음을 무료로 제공하며 투표 참여를 유도했다.
그러나 15일 오전 일부 동남아 지역과 제주로 출발하는 항공기 좌석 예약이 모두 끝났고 골프장 부킹도 꽉 찬 상태여서 투표 무관심층도 상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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