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다음 중 남산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은?①야외식물원 ②실내식물원 ③한옥마을 ④맨발공원 ⑤정답 없음
남산에 관해 아는 게 서울타워뿐이라면 함정 같은 ①번과 ②번 사이에서 고민이 되겠지만 정답은 뜻밖에도 ⑤번. 실내·외 식물원부터 민속촌 뺨치는 한옥마을, 벚꽃 흐드러진 등산로에 각종 문화·체육시설까지 없는 게 없는 남산이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뉴욕 센트럴파크나 파리 뤽상부르 공원만 알았지 남산공원은 잘 모르는 게 사실. 너무 가까워 무심했던 남산 속으로 들어가 15일 투표 후의 여유를 즐겨보자.
남산의 재발견, 야외식물원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서울에 이렇게 근사한 공원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1994년 외인아파트가 철거되고 난 자리(하얏트호텔 건너편)에 만들어진 3,000평 규모의 야외식물원엔 서울에서 자랄 수 있는 269종의 식물이 12개의 주제별로 나뉘어 있다. 키 작은 나무 울타리를 따라 양지식물원, 습지식물원, 옥상식물원 등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나 있고, 예쁘게 쌓아올린 돌탑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연못 위로 난 구름다리도 발길을 잡아끈다. 남자친구와 점심을 먹고 데이트 겸 산책을 나왔다는 김영세(35·여·화가)씨는 "공원 전체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특히 산책로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저녁에 은은한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산책로를 조깅할 때면 목장길을 달리는 것처럼 정말 환상적"이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 패티 김을 비롯한 연예인들도 단골 '조거(jogger)'다.
맨발공원도 야외식물원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300m 가량의 자갈길을 5∼30분 정도 맨발로 걸은 후 길 끝에 있는 수돗가에서 발을 씻으면 뭉쳤던 근육이 풀리면서 혈액순환이 활성화된다. 힐튼호텔 앞 백범광장과 신라호텔 옆 장충체육관 부근에도 있다. (02)796-5754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남산 북쪽 기슭인 필동 일대에 2만4,000평 규모로 조성된 한옥마을은 서울의 팔대가로 불리던 사대부 집에서 일반평민의 집까지 전통한옥 다섯 채를 옮겨 놓은 전통공원이다. 부마도위 박영효 가옥 등 다섯 채의 한옥을 주인들이 사용하던 가구까지 옛모습 그대로 배치해 신분에 따른 선조들의 생활모습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옛집만 거니는 것이 다소 지루하다면 전통공예관 앞에서 투호 등 민속놀이를 즐기거나 '군자의 꽃' 매화나무가 있는 뒷채에서 영화 '스캔들'의 주인공 같은 포즈로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보너스.
한옥마을 북쪽에는 1994년 11월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해 만든 타임캡슐 광장도 있다. 서울 정도 1,000년이 되는 2394년의 후손들에게 문화유산으로 전하고자 오늘날의 시민 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담은 보신각 모양의 캡슐을 매설해 두었다. 자크 시라크 당시 파리시장 등 12개 자매도시 시장들의 축하메시지를 새긴 기념석도 볼 수 있다. (02)2263-6923∼4
꽃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
남산도서관과 실내식물원, 분수대, 소동물원 등이 모여있는 회현지구는 명실상부한 남산 1번지다. 케이블카를 타고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인천까지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서울타워의 회전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고전적인'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봄철 남산의 묘미는 역시 꽃그늘 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 등산길. 남산순환도로 7㎞에 걸쳐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등에 취해 걷다보면 힘들 새도 없이 어느덧 정상이다.
특히 보행자 천국으로 불리는 북측순환로 3.5㎞ 구간에서 한국일보사 주최로 열리는 거북이마라톤 대회(이번달은 18일 개최)는 도심 속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로 인기가 높다. (02)753-5576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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