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무 살 이상의 대한민국 시민들은 제17대 국회를 구성할 의원들을 뽑는다. 이번 총선은 1987년 6월 시민항쟁의 결과로 그 이듬해 수립된 제6공화국의 다섯 번째 총선이다. 제6공화국은 흔히 노태우 정부와 동일시되고 그 이후의 정부들에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라는 정치적 라벨이 붙어있지만, 법적으로는 이 잇단 정부들이 모두 제6공화국에 속해 있다. 그 동안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6공화국의 첫 총선이었던 제13대 총선은 1988년 4월26일에 치러졌다.17대 총선은 오래도록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해왔던 세칭 3김씨가 퇴장한 뒤 처음 치르는 선거다. 물론 세 김씨 가운데 한 사람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해 한국 정치사 초유의 10선을 노리고 있지만, 전반적인 선거 판세에 그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래서, 세 김씨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던 정치적 지역주의가 퇴조할 것인가가 이번 선거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3월12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민심은 크게 요동했고, 그래서 그 뒤 5주가 열린우리당에게는 너무 길게, 탄핵소추에 참가한 세 야당에게는 너무 짧게 느껴졌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평가가 고스란히 국회의원을 뽑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그 사건이 민주주의의 본질과 관련이 있었던 만큼 투표 행위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정당하다. 투표소로 가는 유권자들의 마음에서 탄핵소추의 기억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대 국회의 여야 세력 분포를 결정할 것이다. 그간 원외에 머물러 있던 진보 정당들이 몇 석이나 얻을 것인가도 이번 총선의 관심거리다. 처음 실시되는 1인2표제에 따라 유권자들은 오늘 투표소에서 지지 후보와 지지 정당에 각각 한 번씩 두 번 기표한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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