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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마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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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마을의 봄

입력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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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은 날씨가 별나 꽃소식도 별나다. 차례로 펴야 할 꽃들이 한꺼번에 꽃잎을 열었다. 덕분에 길을 떠난 이들의 눈은 즐겁다. 전국이 꽃세상이다. 조금 독특한 봄나라로 간다.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옛 고을의 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거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아담한 초가, 혹은 돌담을 배경으로 한 고즈넉한 봄이 그곳에 있다.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민속마을이나 읍성으로 떠난다. 15일은 임시공휴일. 아침 일찍 투표하고 배낭을 둘러매보자.

5.3㎞ 호젓한 산책로 일품

외암민속마을/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고속철의 개통으로 서울역에서 1시간이면 닿는 곳이 됐다. 중요 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되어 있는 마을로 약 500년 전부터 형성된 부락이다.

예안 이씨의 집성촌으로 반가의 고택과 초가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등으로 불린다. 그냥 보존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들이 그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돌담이다. 이 마을은 '삼다(三多)마을'로 알려져 있다. 인물이 많이 나왔고, 말(言)이 많고, 돌이 많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담이 돌담으로 되어 있다. 모두 5.3㎞로 산보하듯 걸으면 옛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 마을이 오랜 세월 잘 보존된 이유는 풍수가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을의 진산은 설화산이다. 설화산의 본 산줄기가 좌청룡이고, 그 앞으로 뻗은 월라산이 우백호의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면잠산, 봉수산 등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어 언제나 평화를 누렸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대형 주차장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소란스럽지만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곧 조용한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돌담 너머로 매화와 목련이 피어있고 마을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지천이다.

이 마을은 청년회와 부녀회의 활동이 왕성하다. 팜스테이와 농촌체험행사를 펼치고 있다. 봄에는 두부만들기, 솟대, 수수깡 공예 등 공예 체험, 봄나물 채취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아산은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현충사 등의 유적은 물론 아산, 온양온천 등이 있다.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빠져 21번 국도로 읍까지 간 뒤, 국도 39호를 이용하면 마을에 도착한다. 온양에서 외암마을을 거쳐 강당골로 가는 시내버스가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주차료와 입장료는 없다. (041)544-8290.

"城돌면 다리병 낫는다" 전설

고창읍성/전북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사적 145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성은 나주의 입암산성과 연계되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했다.

성내에는 동헌과 객사 등 22동의 관아건물이 있었는데 모두 불에 타고 성곽과 공북루만 남아 있었다. 1976년부터 대대적인 복원사업을 벌여 많은 부분이 제모습을 찾았다.

조선의 읍성은 평야지대에 원형의 성곽을 쌓은 것이 대부분. 그런데 고창읍성은 나즈막한 야산을 이용해 바깥쪽에만 성을 쌓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어느 읍성과 마찬가지로 고창읍성의 오랜 풍습은 답성놀이이다.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바퀴를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성을 돌 때에는 손바닥만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 입구에 다시 그 돌을 쌓아둔다. 처음 성을 쌓을 때 주민들이 돌 한 개씩 날랐던 대역사를 되새기는 의식이다.

고창은 군 단위로는 국내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아산면 상갑리에 특히 많다. 447기의 고인돌이 이 곳에 있다. 이미 청동기 시대부터 취락을 이루며 생활을 했다는 증거이다. 2000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동백꽃이 아름다운 고찰 선운사와 봄이면 청보리가 익어가는 학원관광농원도 볼거리이다. 읍성은 읍내에 들어있어 찾기가 쉽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에서 빠져 읍내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 고창군청 문화체육과 (063)560-2225.

동헌·객사등이 그대로 보존

낙안읍성민속마을/전남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서내리, 남내리

고창읍성과 마찬가지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어졌다. 조선 태조 6년(1397년)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의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았다. 이후 인조 4년(1626년) 충민공 임경업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해 현재의 석성으로 중수했다. 넓은 평야지대에 폭 1∼2m 크기의 정방형 자연석을 쌓았다. 성곽의 총 길이는 1,410m로 이 성안에 3개의 마을이 들어있다.

지금도 100여 세대가 성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성곽은 무너진 부분이 전혀 없이 유지되고 있고 동헌과 객사, 장터, 초가 등이 원형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어 1983년 읍성으로는 국내 최초로 사적 302호로 지정이 되었다.

낙안읍성민속마을의 특징은 양반마을인 하회마을이나 민속촌과 달리 서민들의 정취가 물씬 배어있다는 점이다. 남부지방 특유의 툇마루와 부엌, 토방, 초가지붕, 섬돌 위의 장독 등 어린시절 뛰놀던 고향 마을을 떠올리게 된다.

순천은 관광지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다. 홍매화로 유명한 선암사, 삼보사찰 중 승보사찰로 불리는 송광사 등 아름다운 고찰을 비롯해 순천향교, 고인돌공원 등이 둘러볼만한 곳이다.

낙안읍성은 순천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22㎞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호남고속도로 승주IC에서 나와 857번 지방도로를 타면 쉽게 닿는다. 관리사무소 (061)749-3347.

천주교도 순교성지로 유명

해미읍성/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조선 성종 22년(1491년)에 완성한 석성이다. 둘레 약 1.8㎞, 높이 5m, 총 면적 6만여 평의 거대한 성으로 동, 남, 서의 세 문루가 있다. 최근 복원 및 정화사업을 벌여 옛 모습을 되찾아 사적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전투를 위한 성이었으나 이제는 조선말 천주교도들의 순교 성지로 더 유명하다. 박해 당시 관아가 있던 해미읍성으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 많은 신자들이 잡혀와 고문을 받고 처형됐다. 특히 1866년 박해 때에는 1,000여 명이 이 곳에서 처형됐다고 한다. 성내 광장에는 대원군 집정 당시 체포된 천주교도들이 갇혀 있던 감옥터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모진 고문을 당했던 노거수 회화나무가 서 있다. 바로 성문밖 도로변에는 회화나무에 매달려 고문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은 신도들을 돌 위에 태질해 살해했던 자리개돌이 있어 천주교도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서산에는 조용하고 아담한 산사 개심사를 비롯해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마애삼존불, 밀물이면 섬이 됐다가 썰물이면 육지가 되는 간월도의 간월암 등이 볼만하다. 간월도가 있는 천수만을 방조제를 따라 건너가면 안면도에 닿는다.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에서 빠져 읍내로 들어가면 바로 읍성이 보인다. 서산시청 문화관광과 (041)660-2498.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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