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우리당 당사에선 정동영 의장의 단식농성이 이틀째 이어졌다. 그는 격려차 몰려든 의원과 후보, 지지자들을 일일이 부둥켜 안으며 "탄핵세력 심판"을 다짐했다. 때때로 눈시울도 붉혔다. 전날 선대위원장직 등을 벗어 던진 탓인지 얼굴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같은 시각 우리당 소장파 의원 6명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참회의 단식'을 벌였다. 영남 지역 일부 후보들도 "한나라당의 싹쓸이저지"를 호소하며 단식중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복잡하기만하다. 상당수 여론은 "심정은 다소 이해할 만 하지만 단식농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고 갸우뚱해한다.
정 의장은 "탄핵세력이 되 살아나 총선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국민의 눈엔 총선승리와 단식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오히려 사퇴와 단식을 내세워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인상마저 풍긴다.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책임"이라고 했다면 오히려 진솔하게 보였을 것이란 느낌도 없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당의 행태를 '정치쇼'라고 비난하는 야당도 대동소이하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눈물을 발판으로 영남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박 대표는 모친이 세운 성라자로 마을을 방문하는 등 수시로 '박정희 향수'를 자극했다. 민주당도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3보1배'를 앞세워 '호남 정서' 되살리기에 급급했다.
선거는 결과로 말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동정심에 기대는 선거운동은 결코 공당이 가야할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책이나 인물 경쟁은 실종된 채 오로지 '앵벌이식 이벤트 정치'에 매달리는 행태에 국민은 지쳐있다.
/배성규 정치부 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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