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엊그제부터 대통령 탄핵의 심판을 주장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표를 달라고 호소하던 반나절 전의 활동은 무엇이었던지 느닷없는 행동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그는 선대위원장 뿐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까지 사퇴했다. 그러나 이 선택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단식이 왜 필요한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정치적으로 해석을 못할 바는 아니다. 열린우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탄핵정국이 약화하고, 그의 노인폄하 발언이 역풍으로 몰아치는 선거국면을 반전시켜 보자는 계산일 것이 뻔하다. 우리당이 과반수가 될지, 과반 미달의 제1당이 될지, 아니면 한나라당이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선거국면의 전환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선거결과가 온다면 이는 자기 잘못 아닌가. 여기서 미리부터 상대 당 비난으로 돌리고 결과를 부당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여론은 유리할 때만 옳은 것이 아니다. 불리한 상황을 인정 않겠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정 의장 입장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가 탄핵심판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온 국민이 여기에 동의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당의 지지세가 둔화하고 한나라당 등 야당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여론이라고 하고, 민의라고 하는 것 아닌가. 선거의 의미는 정권 심판일 수도 있고, 거대여당 견제일 수도 있다. 또 지역의 일꾼을 뽑겠다는 유권자도 얼마든지 나름의 당위성을 갖는 것이다.
개혁과 새 정치를 표방하며 지지를 얻겠다는 정당 대표가 단식이라는 구태를 동원하는 것은 이해를 얻기 어렵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지만 판단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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