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박명자(61) 대표가 유화 '굴비' 등 고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작품 3점과 박 화백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한국화단의 대표적 작가 36명의 작품 52점을 13일 박수근미술관에 기증했다."내 마음 속에 깊이 쌓여온 선생에 대한 감사의 빚이 한결 풀리는 듯하다"는 박 대표는 한국 화랑, 나아가 미술계의 산 증인이다. 그와 박수근 화백의 인연은 195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여고 졸업 후 한국 최초의 화랑인 반도화랑에서 일했고 박수근은 이 화랑을 통해 외국인 컬렉터들에게 한국적 소재와 정감, 조형수법을 가진 작가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요즘도 박 화백 이야기만 나오면 "그때 화랑에 귀한 손님이 오면 최고 접대가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쪽을 내놓는 것이었다. 박 선생께 그나마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고 회고한다.
박 대표는 이후 1971년 현대화랑을 열면서 곧 박 화백의 유작전을 개최했고, 20주기전과 30주기전에 이어 2002년에는 '한국의 화가 박수근' 전을 여는 등 '가장 한국적인 화가 박수근'의 작품세계를 알리는 데 누구보다 힘써왔다. 40년 가까운 화랑 운영으로 화가, 미술판에 얽힌 일화가 누구보다 많을 듯하지만 박 대표는 "나는 그냥 화상에 불과해"라고 손사래를 치며 겸양한다. 기증 사실을 발표한 13일 기자회견장에도 나타나지 않고 종적을 감춰버렸다.
'굴비'는 박수근 화백의 대표적인 정물화로 거의 모든 도록에 실려있는 명작. 배경 없는 공간에 바싹 마른 알배기 굴비 두 마리를 겹쳐 그린 소박한 구도와 중후한 색상은 박수근 작품세계의 본질인 서민적 회화감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함께 기증한 이중섭의 은지화를 비롯해, 구본웅 장욱진 장리석 도상봉 김환기 이대원 최영림 김기창 이응노 천경자 박노수 등의 1950, 60년대 작품들도 하나 같이 고단한 시대와 그것을 넘어서려는 꿈이 담긴 것들이다. 작품가로 치면 모두 최소 10억원에 이른다.
강원 양구군 정림리 박 화백의 생가 터에 세워진 박수근미술관은 박명자 대표의 기증작 만으로 24일부터 '박수근과 그 시대 화가들' 전을 연다. 현재 경기 포천공원묘지에 있는 박 화백의 묘도 15일 미술관 뒤 동산으로 이장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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