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의 잇단 외국인 납치 이유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특히 미국인뿐 아니라 아시아 러시아 독일 아랍계 등으로까지 범행대상이 무차별 확산되자 저항세력이 외국인 납치를 반미 항전의 주된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이라크전에 반대하거나 전후 재건사업 등 비전투 활동에 국한하고 있는 국가 출신의 민간인들도 납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 12일 석방된 중국인 납치사건에서 보듯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강력 반대했던 중국 같은 나라의 국민도 납치를 피해가지 못했다.
저항세력이 사전에 치밀한 전략을 갖고 외국 민간인을 납치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과 동맹국을 이간질하려는 의도에서 빚어진 통일되고 계산된 행동이라는 견해와 이라크의 혼란상을 부추기려는 목적에서 벌이는 마구잡이식 테러라는 주장이 섞여 있다.
커다란 전략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측은 납치 대상이 전쟁을 주도한 국가에서 반전국가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퍼져 있고 지금까지 억류하고 있는 인질과 석방한 인질 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반면 일정한 시나리오를 갖고 범행하고 있다는 측은 동맹국의 연대를 흐트러뜨린다는 정치적 의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상을 주 범행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납치된 민간인이 주로 이라크 재건사업의 미국 도급업체 직원들이란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 반전여론을 확산시켜 조지 W 부시 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일본인 납치사건도 비슷하다. 일본이 전쟁을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위대를 파병하는 등 미국에 동조하는 강력한 동맹국이란 점에서 일본인 납치는 상징성이 크다.
저항세력은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납치 후 바로 석방했는데 비해 일본인 경우에는 군대철수는 물론 미군의 팔루자 공격을 인질석방과 연계시키는 교묘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납치된 외국 민간인이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들 중 살해됐다고 확인된 인질이 아직 나오지 않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인 석방을 놓고 범행단체 내부에서 이견이 오가고 있다는 이라크 부족협회 대표의 발언은 범인들이 납치범 석방에 상당한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민간인 납치가 미치는 파장을 의식해 저항세력이 인질을 살해하지 않고 반전여론을 확산시키는 지렛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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