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는 중견 은행 간부가 기러기 아빠 생활로 가정이 해체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12일 오전 10시37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베란다에서 A은행 비서실장 H(48)씨가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같은 은행 직원 박모(38)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H씨가 이날 새벽 전 부인 최모(45)씨에게 전화를 걸어 "잘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지점장, 본점 기획실 등 요직을 두루 거치고 성격도 남달리 쾌활했던 H씨가 자살에 이른 것은 외동딸의 해외 유학으로 시작된 기러기 아빠 생활이 발단이었다. 3년간의 일본 지점 근무 후 함께 귀국한 딸(17)이 국내 중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자 H씨는 딸을 아내와 함께 캐나다로 유학 보냈다. 1995년부터 계속된 기러기 아빠 생활에 지친 H씨는 아내에게 돌아올 것을 요구했으나 부인이 이를 거절, 결국 2002년 11월 이혼했다. H씨는 자살 전날 새벽에도 전 부인과 딸의 양육권 문제로 다퉜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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