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중년 남녀가 호텔에서 그것도 대낮에 1시간씩이나 단 둘이 만났다는 게 참 왜 그런지 궁금합니다."뉴스전문 채널 YTN의 '돌발영상'은 3월 22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만남을 '불륜'에 비유하는 '화끈한' 논평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불륜 논평'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전 대변인은 9일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연습하는 상황을 그대로 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고 이쯤에서 물러설 돌발영상이 아니다. 12일 '정말 궁금합니다' 편에서 문제의 논평 장면 전부를 공개하며 연습이었다는 전 대변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개인적으로는 '돌발영상'을 높이 평가해준 전여옥 대변인에게 고맙게 생각하지만, 프로그램에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에는 반박할 수밖에 없었죠."
YTN의 '돌발영상'의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노종면(36) PD의 신중한 말 속에는 인간적 고민이 짙게 배어 있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정치만큼 좋은 코미디 소재가 없다'는 그의 믿음은 변한 게 없다. 그래서 '돌발영상'은 보란 듯이 '노풍'(老風)의 진원지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할머니에게 등을 '가격' 당하고,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조용필'이란 연호 소리를 듣는 총선 유세장 풍경을 소개했다.
지난해 3월 '뉴스퍼레이드'(낮 12시)의 한 코너로 당초엔 이름도 없이 출발했던 '돌발영상'은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하루 4번 방송되며 YTN 최고인기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3월 봄 개편부터는 '주간 돌발영상'이라는 프로그램까지 신설됐다. '돌발영상'은 11년 동안 기자와 프로듀서 일을 번갈아 가며 해온 노 PD의 "신문 만평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놓고 보니까 '이거 매일 못 채우면 어떻게 하나' 더럭 겁이 나데요."
노 PD를 포함 4명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서 '돌발영상'은 만들어진다. YTN은 물론 다른 방송사 정치 관련영상까지 모조리 돌려보는 일이 이들 모두의 공통 작업. "반드시 그날의 톱 뉴스를 찾으려고 하진 않아요. 솔직히 때론 웃기기 위해서 지엽적인 부분을 건드리기도 해요."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210편의 '돌발영상' 중에서 노 PD가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2003년 5월 19일 방영된 '동생은 뚫리고, 형은 졸고'편. 노무현 대통령의 전남대 강연 도중 문희상 전 비서실장과 김세옥 경호실장이 졸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영상이었다.
"'돌발영상이 앞으로 이렇게 가면 되겠구나'하는 감을 처음 잡을 수 있었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정치에 편중할 것입니다. 정치가 잘 되야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으니까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