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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다음 선거땐 "입"은 열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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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다음 선거땐 "입"은 열어줘야

입력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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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내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어떤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 결정해야 한다. 지난 13일 동안 후보와 정당들은 정책과 비전을 알리고 선택받기 위해 치열한 선거운동을 했다. 유권자들도 나름의 기준으로 후보와 정당을 비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자 하였다.그렇다면 개정 선거법에 따라 치른 이번 총선은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후보들에게 자신을 알릴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당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통상 정치관계법이라고 하는 정당법, 선거법, 정치자금법은 저비용 고효율의 정당 제도를 구현하고 국민의 의사를 가능한 한 비례적으로 국회 의석에 반영하고 정치자금을 깨끗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선거 과정 전반을 규제하는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불공정성을 완화하고 선거비용의 투명성을 강화하였다. 따라서 일정 액수 이상의 선거비용을 지출할 때는 수표를 사용하여야 하고 매일매일 사용한 선거비용을 인터넷을 통해 공지하도록 했다. 또한 선거 관련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한적 궐석재판제를 도입하였고 "되로 받고 말로 주시겠습니까"라는 표어에서 보듯 유권자에게도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여 금권 선거의 가능성을 막으려 했다. 이렇듯 돈 선거나 4년 임기 마지막에 가서 당선 무효 판결을 받는 폐단을 없앤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거운동의 불공정성 완화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개정 선거법은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해 선거일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가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명함을 배부하고 이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선거일 90일 전부터는 현역 의원의 의정보고회를 금지시켰다. 이는 정치 신인들에게 좀더 공정한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법은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통과되었다. 따라서 예비후보자제는 유명무실했고 대부분의 현역 의원은 의정보고회를 통한 선거운동을 먼저 시작하였다.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의원들이 정파를 초월해 단결한 결과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선거법 개정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기말의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17대 국회 후반기 개원 후 첫 정기 국회에서 선거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개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도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인사들로 구성된 기구를 통하여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는 의견개진만 할 수 있도록 하여야 기득권 보호용 개악을 막을 수 있다. 사실 예비후보제는 제대로 시행되었다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법 개정이 늦어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선거 과정에서 정치 신인들이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개정 선거법에서 그 동안 금권·조직 선거의 대명사로 지적되어 온 정당 및 후보 연설회를 없애고 대신 방송 연설회와 합동 토론회 등을 실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후보들 간 합동 토론회가 일부 후보의 거부로 무산되거나 일부만 참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합동 토론회는 후보를 한 자리에 모아 비교하고 장단점을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따라서 방송 토론과 연설회를 반드시 실시하도록 하고 좀더 많은 유권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후보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유권자 15만여명에게 후보 본인만 명함을 돌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 특히 신인들에게 그렇다. 명함과 홍보물의 종류를 제한하여 최소한 공식 선거운동원 또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허용하여야 한다. 돈은 막아도 입은 열어주어야 한다.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개별적·구체적으로 제한 또는 금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나친 규제는 유권자의 알 권리와 후보자의 알릴 권리를 방해한다.

/박명호 동국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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