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9년 4월14일 네덜란드 과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가 헤이그에서 태어났다. 1695년 같은 도시에서 몰(沒). 호이겐스가 과학자로 훈련 받은 것은 네덜란드 레이덴대학에서지만, 그의 가장 큰 학문적 업적들이 이뤄진 것은 파리 체류(1665∼1680) 기간 동안이다. 그는 프랑스 과학아카데미가 창립된 직후 파리로 초청돼 첫 외국인 회원이 된 뒤, 이 학회의 중심 인물로 활약했다.호이겐스의 업적은 수학·역학·광학·천문학 분야에서 이뤄졌다. 수학 분야에서 그는 파스칼과 페르마가 창안한 확률론을 처음 체계화했다. 파리에서 쓴 '진자 시계'(1673)는 근대 역학의 바탕을 마련한 대작으로 평가된다. 호이겐스는 이 책에서 원심력의 개념을 처음 소개하며 진자 운동의 거의 전 측면을 천착했다. 후배 물리학자들이 체계화할 운동량 보존법칙, 에너지 보존법칙의 기본 아이디어가 제출된 것도 '진자시계'에서다. 광학 분야에서 호이겐스는 빛의 파동설을 수립해 반사, 굴절, 복굴절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해냈다. 천문학 분야에서 그는 형 콘스탄틴과 함께 만든 굴절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와 오리온성운을 발견했다.
파리에서 학문적 전성기를 맞고 있던 호이겐스가 조국으로 돌아간 것은 루이14세가 '하나의 국가에 하나의 종교'를 표방하며 신교도를 박해할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신교도의 피난처 네덜란드 출신답게, 호이겐스는 신교도였다. 그의 이름 크리스티안은 기독교 신자라는 뜻이다. 영어 '크리스천'에 해당한다. 이 이름들은 같은 뜻의 라틴어 크리스티아누스에서 왔다. 한국에서는 보통 그리스도라고 부르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가 이 말의 기원이고, 크리스토스는 히브리어 메시아를 번역한 말이다. 흔히 '구세주'라고 번역하는 메시아의 본디 뜻은 '성유(聖油)를 바른 사람'(영어로는 the Anointed)이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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