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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참을 수 없는 눈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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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참을 수 없는 눈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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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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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체코인들은 구 소련의 총칼과 탱크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세계에 '프라하의 봄'을 알렸다. 그로부터 36년후인 2004년 5월 한국 여행자들은 중부 유럽의 심장부 체코에서 '프라하의 봄'을 맞는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신비의 도시' 체코의 수도 프라하. 우리에게는 좌절한 민주화 운동의 대명사 '프라하의 봄'으로 더 잘 알려진 그곳이 한국인들에게 성큼 다가왔다. 5월15일 대한항공이 인천-프라하 직항 노선을 처음으로 운행하게 되면서부터다. 국내 항공사가 구 동유럽 공산권에 취항하는 것은 처음이며 구 공산권 취항으로는 러시아와 몽골에 이어 세번째다.

백탑의 황금의 도시

프라하 사람들은 체코를 중부 유럽이라고 얘기한다. 동유럽이라고 표현하면 고개를 저으며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드러낸다. 구 공산권에 속한 경제 후진국이라는 이미지가 싫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랜 역사와 빛나는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 지도를 접었다 펴면 체코가 가운데 부분에 접힌다.

체코인들의 자존심이 응축된 1,000년의 고도(古都) 프라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곳곳에서 숨쉰다. '북쪽의 로마' '유럽의 심장' '백탑의 황금도시' '유럽의 음악원' 등 프라하를 지칭하는 다양한 수사들만 봐도 그윽한 연륜과 짙은 숨결이 느껴진다. 역사상 수많은 갈등과 수난을 겪었지만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중세의 낭만적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프라하 시내에는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등 교과서에서 배운 온갖 예술 양식의 건물과 예술품들이 섞여 있어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년 걸려 완공한 프라하성

프라하 관광은 도보로 시작해 도보로 끝난다. 중요한 볼거리들이 프라하성을 중심으로 시내에 몰려 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걷다 보면 하루가 금새 간다.

프라하 시내를 흐르는 블타바(몰다우)강.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서쪽 언덕에 웅장한 모습의 성이 우뚝 서 있다. 역대 왕의 궁성으로 프라하의 상징인 프라하성이다. 관광객들은 여기서 시내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프라하의 중심인 프라하성은 왕궁과 성비투스 성당, 성십자가교회 등 여러 건축물들로 이뤄져 있는데 9세기에 성의 건축이 시작돼 완공까지 천년 이상 걸렸다. 처음 눈길을 끄는 것은 입구 옆에 부동자세로 서 있는 위병들. 관광객들이 같이 기념촬영을 한다고 옆에 서도 눈동자 하나 돌리지 않는다. 하루 수차례 걸쳐 거행되는 위병 교대식도 볼만하다.

성 안에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건물 하나가 눈 앞에 버티고 서 있다. 성비트교회다. 입구 앞 광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룬다. 1344년 현재와 같은 고딕 양식의 건물로 개축되기 시작, 20세기 들어 최종 완성됐다고 한다. 길이 64m로 웅장한 규모를 과시하는 실내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더더욱 빛을 발한다.

이 교회는 증축될 때 뒷벽을 떼내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 떼낸 부분은 지금 구건물과 신축 공간을 연결하는 옆벽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하에는 성당을 떠받치는 주춧돌과 함께 역대 왕들의 무덤이 안장돼 있는데 관광객들이 계단으로 내려가 볼 수도 있다.

교회 바로 옆에 있는 구 왕궁은 중세 시대 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홀이었던 블라디슬라프홀로 유명하다. 가로 62m, 세로 16m, 높이가 13m나 되는 대형실내홀인데도 중간에 기둥하나 없어 당시 뛰어난 건축술을 보여준다. 기사의 마상경기나 대관식 등 국가적인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구 왕궁과 성비트교회 사이를 빠져 나와 백색첨탑을 두개 이고 있는 성이지교회를 거쳐 언덕을 내려가면 색색들이 작은 집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길과 맞닥뜨린다. 그 유명한 황금소로이다. 16세기 성 안에서 일하는 집사와 연금술사들이 거처하던 곳인데 마치 동화에 나오는 건물처럼 아기자기하다. 입구는 몸을 구부리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은데 지금은 대부분 선물가게가 들어서 있다.

카렐교 조각상에 인파 몰려

프라하 성을 빠져 나와 언덕을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카렐교에 와닿는다. 14세기 개축된 블타바강 양편을 잇는 석조다리인데 항상 사람들로 북적댄다. 차량은 다니지 않는다. 길이 516m, 폭9.5m의 다리 양끝에는 고딕양식의 탑이 있고 양쪽 교각에는 각각 15개씩 30개의 석상들이 줄지어 서 있다. 모두 체코 최고 조각가들이 17세기 후반부터 250년에 걸쳐 제작한 것들이다. 이 중 동으로 만든 조각상에 손을 대면 '프라하에 다시 오게 된다'는 얘기가 전해져내려온다. 사람들이 줄지어 손을 대는 조각 부위가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인기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구시가로 연결된다. 11세기부터 상거래가 이뤄지고 시장이 열렸다는 이 곳은 지금도 사람들로 항상 북적댄다. 꼭 봐야 될 곳은 구 시청사와 틴교회. 구 시청사는 높이 70m에 이르는 천문시계탑으로 유명하다. 매시 정각이 되면 천사의 조각상 양 옆에 있는 두개의 창문이 열리고 종소리와 함께 그리스도의 12제자 조각상이 천천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은 종이 울릴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건너편에 두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는 것은 틴교회. 가운데 금장식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는 번화한 프라하 시가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름은 광장이지만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모습이다. 길이 750m, 폭 60m. 광장 양편으로 상점과 레스토랑 호텔들이 줄지어 있어 프라하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다. 이밖에 칙칙한 색깔이 인상적인 화약탑과 블타바 강변의 국립극장, 유태인의 수난사를 엿볼 수 있는 유태인지구와 시나고그(유태교교회) 등도 둘러볼 만 하다.

/프라하(체코)=글 사진 박원식기자

■체코 즐기기/괴테가 몸담근 온천에 나도 푹∼

체코 프라하는 봄을 두 번 맞는다. 하나는 자유와 민주화를 외친 '68년의 봄'을 기억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5월에서 6월까지 이어지는 체코 최대의 음악축제인 프라하 국제음악 페스티벌의 공식명칭이다. 해마다 음악축제 기간 중에는 호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이 밀려든다.

체코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공연도 일년 내내 열린다. 하루쯤 여유가 있다면 프라하 인근의 고성이나 온천 지대를 가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프라하의 문화체험

드보르작과 스메타나 등 수많은 유명 작곡가와 음악가를 낳은 체코는 지금도 음악과 문화를 끔찍이 사랑한다. 프라하 시내 곳곳에서는 콘서트와 각종 공연이 연중 쉬지않고 열린다. 굳이 축제 기간이 아니라도 프라하의 예술과 문화 체험은 항상 가능하다.

관광객들을 위한 공연으로는 오페라와 인형극, 블랙 라이트 시어터 관람 등이 유명하다. 특히 체코 국립인형극단(002-420-224-819322)이 공연하는 인형극 '돈 조반니'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는다. 철사와 줄로 연결된 나무 인형을 무대 아래와 위에서 손으로 조종하는 인형극으로 인형들의 동작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인형들의 동작에 맞춰 흘러 나오는 모짜르트의 음악까지 듣고 있자면 체코인들의 높은 예술 수준에 감탄하게 된다.

블랙 라이트라 불리는 독특한 공연도 볼 만하다. 실내를 온통 어둡게 해 놓고 무대 위에서 야광빛의 물체가 떠다니는 듯한 특이한 방식의 영상 공연인데 말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그런 공연을 펼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해 한다.

프라하의 문화예술은 시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골목마다 자리해 있는 재즈바나 펍에서 음악인들의 연주와 공연이 매일 밤 계속된다. 한 손에 맥주나 와인을 들고 편안하게 음악 감상을 하노라면 음악에, 알코올에 절로 취한다. 라이브 연주자들의 수준은 꽤 높다는 것이 정평이다.

프라하 인근 관광

체코 귀족이 살았던 고성에서 품위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면…. 프라하 외곽으로 자동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넬라호체브 성(002-420-315-709154)에서는 꿈을 이룰 수 있다. 체코의 귀족 로코비치 가문의 성이었던 이 곳은 지금 갤러리 겸 레스토랑으로 이용된다.

로코비치 가문 대대로 수집한 각종 미술품과 조각품, 도자기 등 수백여점이 전시돼 있어 옛 귀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관람을 마치면 고풍스런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직원들이 귀족을 모시듯 손님들을 접대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체코의 온천도시 카를로비바리를 즐겨 찾았다. 프라하 북서쪽 자동차로 2시간 거리. 이 곳의 한 펜션 '우치 모제니누' 입구에는 괴테가 13번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다. 체코의 수많은 온천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유럽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이 즐겨 찾았다.

시내 정중앙을 흐르는 테플라강을 끼고 좌우로 호텔과 레스토랑,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시내 곳곳에는 마실 수 있는 온천물 수도꼭지(콜로나다)가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은 이 곳 명물인 꼭다리가 달린 특이한 모양의 온천컵을 사서 물을 마신다. 여러 개의 수도꼭지마다 물의 온도와 맛이 다르고 온도가 표시돼 있다.

온천은 보통 스파 형태로 운영된다. 2시간 짜리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조그마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휴식을 먼저 취한다. 그리고 전통 마사지나 거품욕, 호스 마사지, 냉온수 발마사지 등 두가지 정도의 테라피를 받는다. 계절 별로 4만∼5만원으로 비싼 편.

/카를로비바리(체코)=박원식기자

parky@hk.co.kr

■가까워진 체코/국내 항공사 프라하 직항

대한항공의 프라하 취항으로 한국인들의 유럽 여행지도가 바뀔 전망이다. 일반적인 유럽관광 코스는 파리나 런던 등에 도착, 서유럽 관광을 마친 후 오스트리아를 거쳐 체코를 여행하는 일정.

그래서 대부분 기차나 버스로 체코를 거쳐 헝가리나 폴란드 등 다른 동구권 국가 관광에도 나선다. 한국에 돌아올 때는 다시 인천행 비행편이 있는 서유럽 국가로 되돌아 와야만 한다.

하지만 체코 직항 노선의 신설로 체코 프라하가 유럽여행의 기착지로 떠올랐다. 굳이 서유럽으로 갔다가 여행 막판에 프라하를 둘러 보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출발점과 종착점이 될 수 있다. 종전 코스와 반대로 체코에서 여행을 시작, 일정 후반부에 서유럽을 관광하거나 서유럽을 여행하고 체코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

종전 체코에 곧장 가려면 파리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야만 했다. 이 경우 인천에서 파리 공항까지 비행시간 12시간, 파리 공항에서 탑승 대기하는데 3시간여, 그리고 2시간 가까이 다시 날아가야 프라하에 도착할 수 있다. 비행기가 체코 상공을 지나지만 내리지 못하고 지나쳤다가 더 멀리 파리까지 날아간 다음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셈이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체코항공이 5월15일부터 운행하는 인천-프라하 직항편을 이용하면 체코에 쉽게 갈 수 있다. 비행 시간은 10시간 정도. 파리나 런던에 갈 때 보다 산술적으로 비행 시간이 두시간 정도 줄어들지만 중간에 비행기 갈아타는 시간 등을 포함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절약된다. 매주 월, 목, 토요일 주 3회 운항한다. 대한항공 1588-2001, 체코항공 (02) 776-6175

■여행수첩

동유럽을 잘 아는 사람에게 체코 프라하는 서유럽 수준의 문화를 맛보거나 누리면서 훨씬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와 메인요리를 먹고 디저트와 커피를 즐기는데 드는 비용은 1만5,000원 내외. 가판대에서 파는 핫도그는 1,500∼2,000원. 햄이 한국보다 훨씬 굵고 길어 충분히 한끼 식사가 된다.

호텔은 등급별로 다양하다. 시내 외곽에 자리한 스위스 체인의 뫼벤픽호텔(002-420-257-151111)은 규모도 크고 현대적이다. 또 외무성 건물 앞 언덕에 들어서 있는 사보이호텔(420-22430-2126)은 객실이 51개지만 화려하고 고급스런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고건 총리가 체코를 방문했을 때 묵은 곳이다. 바츨라프광장 변에 있는 사보이호텔(420-221-454111)에 투숙하면 시내 관광이 편리하다. 5층 규모로 한층 객실수가 10여개인 쁘띠호텔이지만 깔끔하다. 체코관광청 002-420-221-58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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