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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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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의 초입에 우리에게 '프라하의 봄'으로 잘 알려진 체코 프라하를 찾았습니다. 유럽의 동쪽 내륙에서 유서깊은 문화와 역사를 가꿔온 세계의 고도(古都)는 어떤 곳일까.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 하늘을 찌르듯 뾰족한 교회의 첨탑, 경사가 가파른 지붕, 고풍스런 거리 등은 서구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 곳이 한때 접근이 힘들었던 공산권국가였다는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시내를 둘러 보는 도중 체코인 가이드가 체코 역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당연히 '벨벳혁명' 얘기가 나왔지요. 1989년 11월 공산체제 종식 및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혁명이 한 발의 총성도 없이 비단결처럼 부드럽게 성공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체코는 이어 구 체코슬로바키아 체제에서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독립하는 과정도 평화롭게 치러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인근 루마니아에서 벌어졌던 유혈혁명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그런 갈등과 반목을 평화롭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유독 벨벳혁명 때에만 이들이 신사적이고 평화적이었을까?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일찌감치 체득한 체코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뿌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시내 곳곳에서 접했던 프라하와 체코 사람들의 모습에는 유럽문명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이 짙게 배어있었습니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크게 뒤쳐진 나라, 세계 무대에 내세울만한 이름난 기업이 하나 없는 나라'라는 애초의 조그만 자만도 이내 사라졌습니다. 굳이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와 예술, 전통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국민소득 2만불을 내다보는 우리와 비교해 보게 됩니다. 수치로 본 경제력은 앞서 있지만 그것만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이 될까요? 여전히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나라, 우리 사회에도 비단결 같은 해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떠나 우리는 하나의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이라는 것입니다. 벨벳혁명은 우리에게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듯 합니다. 역사와 건축, 예술 말고도 체코에서 얻은 또 하나의 소득입니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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