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참…. 별 모양으로 만들면 중국광장이라고 할 거 아닙니까?"'일장기' 를 연상케하는 원 모양의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조성 논란이 본보에 보도된 12일 오전, 서울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그라미는 무조건 일장기로 치부하는 네티즌의 의견까지 받아들이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도 모자라 하늘로 날아갈 것"이라는 한 관계자의 말에 그들의 속내가 압축돼 있다. 한 간부는 "편협한 민족주의적 시각 아니냐"며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이들의 말은 일부는 옳다. 네티즌 사이에는 "서울시 공무원들은 친일파 후손이냐"는 등의 억지성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속 좁은 민족주의로만 치부할 수 없는 서글픈 사연이 있다. "원 하나가 문제가 아니에요. 일제가 本(본)자 모양으로 세운 건물(서울시 청사) 앞에 있는 원입니다. 아직도 그 건물이 있다는 것도 껄끄러운데 원이라니요. 앞으로는 日(일)자 모양의 큰 건물(중앙청)도 있었잖아요." 이날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사람들이 더욱 못마땅해 하는 것은 이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도 잠시. "시청별관 옥상에서 보면 원이 아니에요." 일본 언론이 '일장기' 취재에 나선 이날 오후, 시 고위 관계자는 본래 타원형인데 프라자호텔 옥상에서 사진을 찍어 이상하게 나왔다며 목청을 높였다. 설령 이 주장이 맞다 해도 그 자리는 공무원들이나 쉽게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일 뿐이다. 시민은 프라자호텔쪽에서 광장을 볼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왜 먼저 호텔쪽에서 광장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일장기'를 연상시킨다는 생각은 안 해 봤을까. 공무원과 시민의 시각차와 안목의 다름은 시청과 프라자호텔의 거리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박선영 사회2부 기자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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