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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정동영,선대위장·비례대표 후보 사퇴-막판 판세 최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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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정동영,선대위장·비례대표 후보 사퇴-막판 판세 최대 변수로

입력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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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일 선대위원장은 물론 비례대표 후보(22번)를 사퇴, 의원직까지 포기하고 나선 것은 막판 총선 판세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원내 과반의석(150석)은커녕 1당의 자리도 한나라당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인식이 정 의장의 결심을 재촉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정 의장은 이날 '모든 것을 던지는' 승부수로 야당 표 결집의 빌미를 제공한 '노인폄하 발언' 파장을 수습하는 동시에 갈수록 관심권에서 멀어져 가는 탄핵 역풍의 불씨를 되살리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최근 선거 판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정 의장의 판단이다.

김영춘 김부겸 송영길 안영근 이종걸 임종석 의원 등 우리당 소장 의원 6명이 이날 국회 본청 앞뜰에서 "탄핵 쿠데타 세력의 국회장악을 국민이 막아달라"며 단식 농성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리당은 이날 처음으로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할 수 있다"는 판세 분석을 내놓았다.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탄핵 직후 50%까지 치솟아 3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11일 자체조사에서 한 자리 수로 좁혀졌다"고 밝혔다. 민 단장은 "이런 차이는 우리당 신인 후보들의 경험부족과 조직의 취약성, 그리고 우리 당 지지 층인 20,30대의 낮은 투표율을 감안할 때 의미가 없다"며 "이 추세가 지속되면 한나라당이 150석, 우리당이 130석을 얻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도권(109석)에서 30석을 겨우 얻을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우리는 수도권 판세를 우리당 60석, 한나라당 50석의 비율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의 결단은 선거 판세에 크든 적든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의장 당선과 함께 우리당 지지율을 1위로 끌어올리는 등 대중적 지지를 갖고 있는 정 의장이 의원직까지 내던진 것은 일종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우리당 지지 세를 다시 결집, 투표 참여율을 높이고 여론의 시선을 탄핵문제로 되돌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투표를 불과 사흘 앞둔 지금은 대부분 유권자가 마음을 정해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엄존한다.

또 하나의 관심은 정 의장의 정치적 장래다. 이는 전적으로 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여부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과반획득에 성공하면 정 의장은 자신의 '희생'이 빛을 발해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재·보궐선거 출마를 통한 의원직 회복도 가능하고, 여권 내 유력한 대권후보의 입지를 굳힐 수도 있다.

그렇지 못하면 당내의 '정 의장 책임론'에 봉착할 것이다. "탄핵 역풍이라는 하늘이 준 기회를 실언 때문에 놓쳐버렸다"는 아우성이 수도권과 영남에서 쏟아져 그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1당 자리마저 한나라당에 내준다면 그것은 정 의장에겐 '정치적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 鄭회견 이모저모

정동영 의장은 12일 밤 영등포 당사 기자실에서 "4·15 총선의 본질을 되살려 달라"며 성명서를 낭독한 뒤 곧바로 단식 농성장으로 향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정 의장의 사퇴는 광주 유세 중이던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담양을 돌던 이날 오후 1시20분께만 해도 그는 "TK 후보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에 "그렇게(사퇴) 한다고 표가 되겠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었다.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은 "정 의장이 제주에서 오후 6시10분께 전화로 당에 사퇴 결심을 알려왔다"며 "어디까지 사퇴할 거냐고 묻자 '모든걸 나에게 맡겨달라.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고 만 말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당 의장과 선대위원장, 비례대표 후보직 가운데 어디까지 사퇴할지를 놓고 회견 직전까지 당 안팎에서 다양한 관측이 일었다.

민 단장은 또 "3∼4차례 가진 당내 협의에서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정 의장이 사퇴를 결심했다"며 "12일 전국 철학교수 92명이 지역주의·부패세력 척결 등 총선 본질을 살려달라며 낸 성명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에 앞서 10일 밤 당내 회의에서도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참모들의 만류에 사퇴의사를 접었으나, 그 후 TK 후보들이 집단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당료들 사이에서도 '전략적 사퇴 필요성'이 제기되자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정 의장이 사퇴를 일찌감치 결정하고 카드를 꺼낼 타이밍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당 의장을 유지한 데 대해 정 의장측은 "선거일정을 관리·책임지고 당의 안정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전까지는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장직을 내놓고 비례대표 후보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었다.

한편 정 의장은 13일 예정됐던 수도권 지원유세를 취소하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野 "위기의식 조장하는 쇼 정치"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12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선대위원장 사퇴를 "압도적 다수의석을 얻기 위한 막판 쇼"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하지만 막판 표심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며 긴장하는 모습이 완연했다.

한나라당 박세일 선대위원장은 "지나간 탄핵 이슈를 다시 끄집어 내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의 행태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은진수 선대위 대변인도 "거대여당의 출현이 예고된 마당에 정 의장이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후보를 사퇴한 것은 위기를 조성, 노사모 등 친노 세력을 재결집 시키려는 의도"라며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도 모자라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기위해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사퇴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명분을 챙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국정을 챙겨야 할 사람들이 단식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안에선 정 의장의 이날 선언이 노풍(老風) 발언에 격앙됐던 반(反)우리당 여론을 식히는 것은 물론 젊은 층의 표 결집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여권이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내놓았다가 역효과를 본 것을 떠올리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은 정 의장의 사퇴를 '쇼 정치'라고 비난했다. 장전형 선대위 대변인은 "오전까지 기자들이 물을 때만 해도 '내가 사퇴한다고 표가 되겠냐'며 거부하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꿔 책임지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나선 것은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정치적 술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준영 선대본부장은 "우리는 진작 이런 상황이 올 줄 예견하고 있었다"면서 "정 의장 사퇴는 여권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에 지나지 않으며 민주당 출신들은 팽(烹) 당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장성철 선대위 부대변인은 "노무현식 깜짝 올인쇼의 전형이고 총선 후 거대 여당을 예상한 분당의 전주곡"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호남 출신인 정 의장이 여권내 영남 세력에게 팽 당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전북 표심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민노당은 "정 의장이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구걸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민노당은 그러나 정 의장의 사퇴로 젊은 층 사이에 위기의식이 확산될 경우 자칫 2002년 대선 때처럼 자당 지지층이 우리당으로 쏠리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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