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음악회를 TV로 보며 음악에 빠져들던 소년이 자라 자신의 이름을 건 청소년음악회를 하게 됐다.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대진의 음악교실'이라는 이름으로 17일 첫 공연부터 2006년까지 3년 간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를 이끈다. 직접 내용을 짜고 연주와 해설, 지휘까지 도맡는다. 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피아니스트이자 우수한 제자들을 길러낸 헌신적인 교육자로 잘 알려진 그이지만, 무대 위에서 '음악 교사'로 변신하기는 처음이라 개인적 모험이기도 하다.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싶어서 오래 망설이다가 제안을 받아들였지요. 반은 음악회, 반은 수업처럼 진행할 계획인데, 강의 내용이 핵심이 될 겁니다. 대본도 직접 쓰는데, 연주의 질보다 그게 더 신경이 쓰이네요. 클래식 음악과 사귈 수 있도록 알기 쉽게 풀어 전달하고, 무대 뒤에 노트북과 연결된 스크린을 설치해 악보에 음표도 그려가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는 벌써 15년째를 맞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간 117회 공연에 23만 8,000여 명이 다녀갔다. 올해부터는 내용과 형식을 달리 해 질적인 도약을 꾀한다. 연주자가 직접 해설하고 1년 단위가 아닌 3년간의 장기 기획이라는 점도 새롭지만, 가장 큰 변화는 작곡가의 생애나 작품에 얽힌 뒷얘기 등 음악외적 설명에 치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 그 자체의 이해에 주력한다는 점. "주변 이야기를 통해 둘러가기가 아니라 음악을 분석함으로써 음악의 본질에 곧장 접근하는 일종의 정공법을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다가 자칫 지루하고 딱딱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지 않지만, 청소년음악회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대진의 음악교실은 3년간 매년 주제를 달리 해 진행된다. 첫해인 올해는 '솔로에서 합주까지 다양한 연주 형태들' 이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주의 편성과 악기의 구성을 배운다. 17일의 개강 프로그램은 '솔로 & 1+오케스트라.' 1부는 피아노(김대진) 마림바(김은혜) 바이올린(피호영)의 독주, 2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각각 독주 악기로 나서서 코리안심포니와 협연하는 무대다. 1로 시작한 독주 악기 숫자는 점점 불어나 '이중주 & 2+오케스트라' (5월 16일) '3중주 & 3+오케스트라'(6월 19일) '4중주 & 4+오케스트라'(9월 18일) '5중주 & more'(10월 16일)를 거쳐 '큰 앙상블 & 합창'(11월 20일)으로 끝난다. 예컨대 '4중주 & 4+오케스트라'에서는 현악4중주, 피아노4중주 외에 4대의 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협주곡을 연주하는 식이다. 2005년에는 '오보에서 하프까지 특별한 악기들'과 '멜로디에서 조까지 음악의 구성 요소들', 2006년에는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서양음악사' 라는 부제로 진행된다. 청소년 8,000원 어른 1만2,000원.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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