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근본 원인은 이전과 달리 죽음을 깊이 직면하기 시작하는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여성이 남성의 갱년기 문제를 다루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책의 내용이다. 40대 남성이 겪는 갱년기적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설명하고, 이를 극복하는 얘기를 담은 그 신간에 눈길을 돌리지 않은 40대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40대적' 변화들은 막 시작됐을 뿐이지 그 이상의 노세대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40대적 현상들은 전과는 다르지만 또 노세대와도 모든 것이 다르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면 40대는 청년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취가 있고, 계속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말한다면 '아직 40대'이고 '겨우 40대'이다. 그러나 또 분명한 것은 20, 30대와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 돼 있는, '이젠 40대'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40대를 노래한 한 시인은 그래서 "늘 아린 마음의 40대"라고 했을 것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독 세대와 연령이 극한 갈등과 분열의 대명사로 등장한 한국에서 40대 연구는 여러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흥미로운 테마이다.
■ 그것은 우리에게만 있는 굴곡의 현대사 때문이다. 정신적 이념적 가치가 더 이상 공유되지 않는 작금의 세대 차이는 경험과 환경, 교육이 다를 때 나타날 수 있는 극단적 사례라 할 만하다. 세대의 문제는 지금 중요한 정치적 아이콘이 돼 있다. 나라의 미래상과 권력의 향배가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의 정치력 차이로 전개되는 판이다. 세대의 변화는 자연의 변화와도 같지만 너무 급격하고 선명한 분열이라는 게 우리만의 특징이다.
■ 그리고 그 중간에 40대가 있다. 40대의 양면적 특성은 이미 지난 대선 때 정확히 드러났다. 당시 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40대의 48.1%가 노무현 후보, 47.9%는 이회창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57만표 차로 당락이 갈린 선거에서 이와 근사한 표차의 지지추이를 보인 것이다. 40대의 정치행태가 중간적인 것은 그럴 수밖에 없을 법도 하다. 90년대 개념화한 소위 386세대(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절반 가까이는 지금 40대에 편입돼 있다. 또 475세대(40대, 70년대 학번, 50년대 출생)의 절반 정도가 아직 40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이번 총선을 40대 표심이 가를 것이라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탄핵파동에서 이들은 노 대통령에 대해 냉정한 비판을 가하면서도 탄핵도 받아들이지 않는 양비론자들이다. 생각과 행동의 힘을 겸비한 40대이지만 사실 이를 자랑할 것도 못 된다. 균형의 세대임을 내세우기에는 나머지 세대가 너무도 갈려 있기 때문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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