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더티 댄싱'은 대단한 영화였다. '더러운 춤'이라는 영화제목부터 낯설기도 했지만,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관능적인 춤은 끊임없는 패러디를 낳으며 당시 성(性)과 춤의 개념까지 뒤흔들었다. 특히 사춘기 학생들은 이 영화를 보고 몽롱한 상상에 빠져들곤 했다.'더티 댄싱 : 하바나 나이트(Dirty Dancing : Havana Nights·사진)'는 이러한 '더티 댄싱'의 옛 영광을 재현코자 작심하고 만든 영화다. 맘보, 람바다, 살사, 탱고 등 각종 라틴댄스와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카를로스 산타나 등이 연주하는 흥겨운 음악, 패트릭 스웨이지의 특별출연까지. 가이 펄랜드 감독은 아예 "'더티 댄싱에 바치는 헌정작"이라고 말했다.
배경은 1950년대 말 쿠바의 휴양도시 하바나. 미국에서 이사를 온 여고생 케이티(로몰라 게리)는 하바나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하비에(디에고 루나)에 반한다. 길거리에서 라틴 리듬에 맞춰 추는 그의 춤이 너무 신선했기 때문.
케이티와 하비에, 두 싱그러운 청춘남녀의 댄스경연대회 도전기와 사랑이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러나 '더티 댄싱의 헌정작'이라는 것은 감독만의 생각이자 욕심인 것 같다. 몸을 꽉 밀착시킨 채 젊은 처녀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는 야릇한 춤 동작도 '불순한' 상상력조차 자극하지 못한다. 쿠바 혁명 직전의 음산한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라틴댄스가 요즘 랩과 힙합과 테크노에 비해 아무래도 호흡이 처지기 때문일까.
댄스강사로 출연한 패트릭 스웨이지의 원숙한 열연에도 불구하고 요즘 줄줄이 개봉한 춤 영화에서 한걸음 이상 나아가지 못한 게 아쉽다. 15세 이상. 23일 개봉.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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