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도 영화 바람이다.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 등에 힘입어 '영화 보고 철학하기' 류의 책이 꽤 나왔다. 주로 번역서가 많지만, 신간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이론과실천 발행)와 '영화―열두 이야기'(철학과현실사 발행)는 철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국내 저자의 책이어서 관심을 끈다.'타르코프스키는…'를 쓴 김용규씨는 독일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고, 이미 '영화관 옆 철학카페' '데칼로그' 등 철학을 곁들인 영화 해석서를 냈다. 이번 책은 제목대로 '희생' '노스탤지어' 등을 만든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1932∼1986) 영화의 철학적인 의미를 분석했다.
첫 작품 '이반의 어린 시절'에서 마지막 '희생'까지 7편 영화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타르코프스키적 인물은 '안락한 생활 속에 자신의 삶을 좀먹도록 방치하지 않는 항상 깨어 있는 불안한 양심'이다. 그 주인공을 중요한 매개로 이 책은 영화 각각을 철학적인 주제와 연결짓고 있다. 15세기 러시아 성화상(聖畵像) 화가인 '안드레이 루블료프'에서 신념과 믿음의 문제를, 공상과학소설을 원작으로 한 '솔라리스'에서 양심을, '희생'에서 구원의 문제를 곱씹어 본다. 처음 본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당혹스러웠거나, 그의 영화에 묘한 매력을 느꼈던 사람들 모두 더 차분하고 깊숙하게 영화의 메시지를 읽는데 도움 줄만하다.
김성동 호서대 철학과 교수의 '영화―열두 이야기'는 '구속'과 '자유'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집으로' 등 12편의 영화를 분석했다. 인간이 자연과 사회, 문화 등 외부의 구속과 어떻게 싸우는지, 또 기억이나 욕망, 증오 같은 인간 내부의 구속과 어떻게 갈등하는지, 그리고 그 갈등의 의미는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대학 교재용으로 쓴 책이어서 영화 내용이나 관련 읽을 거리 소개가 자상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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