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인수전에 20개 안팎의 국내외 업체들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금융 동원그룹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한·대투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어 치열한 혈전이 예상되고 있다.12일 예금보험공사와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한·대투 인수 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국내외 금융기관과 펀드 등 20개 정도의 업체가 의향서를 제출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국민 우리 하나은행은 일단 한·대투 양쪽 모두 인수 의향을 밝혔고, AIG보험 등 외국계 금융기관도 의향서를 제출했다.
외환 위기 이후 수년간 애물 단지로 통했던 한·대투에 이처럼 국내외 유력 금융기관들의 '러브 콜'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막대한 수탁고(펀드 판매액)에 있다. 두 증권사의 수탁고는 20조원을 넘는 등 업계 최고 수준. 평균 수수료가 1%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2,000억원 안팎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은행의 경우 2금융기관 합병을 통한 종합금융사 변신, 증권사의 경우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이 향후 생존을 위한 중대 변수로 등장한 점도 한 원인이다. 특히 개인 고객 비중이 40%에 달하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꼽혀 각 사 모두 인수 대금은 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지난 주 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LG투자증권의 경우 국내외 5곳이 접수를 마쳐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 한 편이다. LG투자증권의 경우 소매 고객 위주인 한·대투와 달리 기업 고객 위주인데다 매각 대상 지분이 21.2%에 불과한 것이 단점이다. 현재 우리금융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측이 "주식 교환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어 3,5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세계적 헤지펀드 운용자인 조지 소로스가 LG투자증권 인수전에 도전장을 던져 주목을 끌고 있다. 소로스가 운용하는 퀀텀 인터내셔널펀드가 대주주인 서울증권은 2일 LG투자증권 인수의향서를 매각작업을 주관하는 산업은행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계 한 고위 인사는 "최근 해외 금융기관에 이들 증권사를 매각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찮아 국내 금융기관 간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은행권의 경우 2금융기관 인수가 향후 주도권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대투의 경우 20일께 3∼5개의 인수 후보자를 선정한 뒤 실사를 거쳐 5월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LG투자증권은 4월말까지 실사 기회를 준 뒤 5월7일 구속력 있는 인수 제안서를 접수해 역시 5월말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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