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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어른들의 부정적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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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어른들의 부정적 말 한마디

입력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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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지낸다. 오늘 스치듯 만나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소중한 인연이다. 우리나라 인구 4,000만 명 가운데 옷깃을 스쳐 지나갈 확률을 따지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따지면 부모에게 자식은 엄청난 인연이다. 아이가 외모는 물론 잠버릇과 식성까지 닮아가는 것을 지켜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희망과 기대에 부풀게 된다.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는 말을 배울 무렵이면 집이나 바깥에서 주워들은 말이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나는 네 살짜리 딸이 있는데 우연히 아이가 친구와 노는 장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이는 친구가 요구르트를 거실 바닥에 엎지르자 "아휴! 짜증나 죽겠네. 똑바로 먹어야지, 너 우리 엄마가 때찌한다!"라며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처음에는 많이 컸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엄마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또 한번은 아이가 친구와 다투더니 갑자기 "야, 임마!"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닌가. 나는 내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됐다. 아침에 아이를 빨리 놀이방으로 보내고 출근하려는 마음에 아내와 다투는 경우가 있다. 우리 부부는 서로 투덜거리며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 TV를 보면서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나올 때 말을 함부로 하곤 했다. 우리 부부의 이런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이다.

"싫어" "그러면 안돼" "미워"…. 이런 부정적인 말을 아이가 하는 것은 그만큼 어른들이 그런 말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의 백지처럼 깨끗한 마음에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사랑, 행복, 아름다움 같은 희망적인 단어를 채워 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아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기 때문이다.

/jh1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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