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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유럽서 "쾌속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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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유럽서 "쾌속질주"

입력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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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불경기가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된 셈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품질에 비해 가격대가 합리적인 한국차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현지화 전략과 스포츠 마케팅의 덕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기아자동차 고위 관계자는 매일 아침 유럽 판매법인의 e-메일 보고를 열어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통상 전년 대비 30%, 많은 날은 50% 이상 판매가 늘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유럽 지역의 판매 증가는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올해 유럽시장 수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62.8%로 늘어난 25만5,000대로 다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 "한국차가 몰려온다"

한국산 자동차가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올해 유럽 시장 수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7.4% 증가한 37만6,500여대로 수정했다. 이는 연초에 잡았던 목표량을 다시 11.6%나 늘린 것.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29만5,519대를 유럽에 수출, 전년대비 17.3%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전년 대비 1.3%나 감소한 것을 감안할 경우 놀라운 성장이라는 게 현지 언론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지난해 '한국 차가 몰려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 기아, 대우 등 한국 자동차들이 독일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면서 판매 신장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의 클릭(유럽시장에선 겟츠)은 영국에선 '가장 실용적인 차'로, 덴마크에서는 '올해의 베스트셀러카'로, 포르투갈에서는 '2004년의 초소형 차'로 뽑혔다. 이 같은 긍정적 평가에 힘입어 클릭은 출시 14개월 만에 유럽에서 10만대 판매목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물량 면에서는 현대차가 앞서지만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는 기아차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2002년 7만2,529대보다 48.4%나 늘어난 10만7,631대를 팔아 글로벌 자동차 기업중 유럽 판매 증가율 1위에 올랐다.

올들어서도 기아차는 1월 서유럽에서만 1만988대를 팔아 전년 동기대비 42.6%의 신장률을 이어갔다. 기아차는 나아가 최근 유럽형 경차 '모닝'을 출시했고, 5월 '쎄라토', 하반기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리차량(SUV) 'KM'(프로젝트명)을 판매,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유럽 거리에서 현대·기아차보다 눈에 띄는 차는 대우차다. GM대우의 수출차뿐 아니라 GM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대우차 루마니아 공장과 우즈-대우 등이 만든 자동차가 동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것. 루마니아에서 팔리는 자동차 5대중 1대는 아직도 '대우'에서 만든 차다. 대우차 루마니아의 크라이오바 공장에서 생산된 대우차는 지난해 2만5,000여대가 팔리며 전년대비 70% 이상 판매가 늘었다. 1994년 대우차와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우즈-대우가 생산하고 있는 마티즈와 넥시아도 러시아 시장에서 매년 1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유로화 강세-미국보다 유럽 수출 유리

한국산 자동차가 유럽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독일 언론에선 "값이 싸면서도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기본 설비들을 갖추고 있는 점이 침체된 경제 상황 속에서 절약을 최우선시하는 소비자 심리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는 현지화 전략과 스포츠 마케팅의 힘이 숨은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 연구·개발(R&D) 센터를 열고 기아차가 7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동유럽 공장 기공식을 갖는 등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는 점이 성공 요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로화 강세로 미국 시장보다는 유럽 판매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점도 유럽 수출 성장세의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유로화 강세로 인해 수출 대금이 원화로 들어올 경우 수익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또 스포츠 대회 후원이나 페스티벌 개최 등의 다양한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전세계 20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를 공식 후원하고 현지 판매 법인 설립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 등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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